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오늘을 만끽하는 이야기 (양장본) 오늘을 산다 2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에 산 전기담요를 3월이 된 지금도 소중히 여기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에는 꽤 쌀쌀한 탓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도 되는 요즘입니다. 도톰한 노란색 겉옷을 입었습니다. 거울을 봤는데 이제 이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느꼈습니다. 낡은 옷이 아님에도 이제는 쿨하게 놓아주어야 할 때. 활동하기에 불편했다고 예전에 내가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입지 않았지요. 추억이 담긴 옷이라 옷장 안에 넣어두었다가 모처럼 꺼내 입었지만 종일 불편했습니다. 


미련 없이 헌 옷 수거함에 넣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입니다.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어 두고 나가 집이 추웠습니다. 머리를 말리는데 드라이기에서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겁쟁이 쫄보라 불이 날까 봐 얼른 코드를 뺐습니다. 10년 넘게 썼기에 이것도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역시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쉽지 않겠지만 불이 나는 것보다는 낫기에 안녕, 안녕. 


오늘은  두 개의 물건과 작별하고 책 세 권과 만났습니다. 마이너스와 더하기의 조화가 딱 알맞은 날이네요. 이만하면 괜찮죠? 괜찮은 거 맞는 거겠죠. 기대도 절망도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일상인의 하루라는 생각이 드는 거 맞죠? 마스다 미리의 만화 에세이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의 주인공 히토미의 하루를 잠깐 따라가볼까요? 


근무를 하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14살 연하의 회사 후배와 밥을 먹고 가볍게 술 한 잔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계속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라고 되뇌면서요. 말 안 해도 알겠죠? 한참이나 어린 직장 후배와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슨 의미? 의미가 없을 수 없죠.  봄이 되었고 활짝 핀 벚꽃을 보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합니다. 너무나 솔직한 미용실 거울 앞에서 마흔 살이 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과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사이에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히토미의 나날입니다. 제목이 참으로 박력 있네요.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라니. 대단한 걸 사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돈을 쓰고 싶은 날 서점에 들른 자신에게 사주면 어떨까요?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를 말이죠. 행복이라는 자리에 다른 단어를 넣어보면서요. 집은, 자상한 부모님은, 신형 노트북은, 책상세트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실없는 사람처럼 자신이 느껴질지라도 뭐 어떤가요. 글자 몇 개를 바꾸어 내 기분과 마음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면요. 그렇죠. 가지고 싶은 게 많아 문제인 거죠. 디스커버리 트레이닝복 세트를 가죽 단화를 고민 좀 없이 살 수 있다면. 히토미는 일을 하다 눈을 돌려 석양을 바라봅니다. 사는 건 무엇인가. 잠시 고민하죠. 분주한 시간 사이에 끼어드는 낭만이라고 해두죠. 석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런 게 인생. 


추억이 담긴 노란색 겉옷과 드라이기야 안녕. 잘 가렴. 그동안 고마웠어. 너희가 있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어. 자꾸 생각날 거야. 그리움과 기억은 잘 챙겨 두었어. 시간이 흘러도 난 잊지 않을 수 있어. 그 고맙고 행복했던 어제들을. 그걸 안고서 오늘을 살아갈 거야. 그토록 내일도 있으면 참 좋겠다. 쓸쓸한 말이지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에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