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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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되면 시무룩해진다. 시무룩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월요일이 되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선크림을 많이 바른 것도 아닌데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고 누구라도 다 덤벼 하는 식의 막무가내의 심정이 된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면 주말 잘 보냈냐는 인사를 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인사를 받으면 예예예 하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속으로는 잘 보냈으니까 여기 와 있지 한다. 한 번은 지나가는 말로 말했다. 주말 잘 보냈냐는 인사는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주말 잘 지냈으니 여기 와 있겠죠. (인성 쓰레기라고 생각했겠지.)


지금도 그렇지만 한동안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나의 말투, 행동, 옷차림, 배경 등을 놓고 떠들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은 의외로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대하고 정보를 알려주길 좋아한다. 이런 식이다. 문제가 생겨서 해결책 까지는 아니고 의견을 구하고자 하면 나 화법으로 화제가 전환된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예전에는 식으로 논점이 바뀐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낫다. 상대의 말을 듣고 있으면 기가 빨리면서 없던 집중력마저 사라진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1분 정도 생각을 하고 2분은 심호흡을 하고 집에 와 드러누워 《세계테마기행》을 보거나 《한국기행》을 보면 된다.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이 더 정직해 보이면서 어지러운 마음이 수그러진다. 김경욱의 소설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에는 관계에서 오는 불안함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표제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의 시작은 소설을 읽어 나가기에 거부감이 없는 정서를 드러낸다. '코로나19가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집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고 뭐라는 사람도 없다'로 자발적 고립을 좋아하는 이가 주인공이다. 가족이 있지만 절해고도에 사는 것 같은 나, 김중근은 무사히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홉 편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부의 세계이다. 나를 중심에 놓았지만 나마저도 나를 어색해 하는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일은 소중하고 감사해야 한다. 일상을 유지하는 힘을 길러가면서. 때때로 그럴 수 없다는 게 서글프다. 세계는 나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분노와 상처는 배고픔처럼 자주 밀려온다. 


소설가는 직업이 되었기에 청탁을 해주지 않아도 소설을 쓴다. 혹은 쓰는 척만 할 뿐. 그래도 그는 소설가다. '그분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할 운명.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말해주길 기다리는이다. 면전에 대고 그따위로 소설 쓸 거면 집어치워. 나무가 아깝지도 않냐고 독설을 날려도 나의 소설을 읽어주었구나 고마워하는이다.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건 욕심이고 허세이다. 이제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돼도 고마울 지경이다. 즐거운 시간 보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되기를. 등이 아파서 주말 내내 누워 보낸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나는 나를 조금은 좋아해도 되지 않을까. 무얼 못하고 한심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을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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