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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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다들 월요병 치료의 일환으로 일하는 곳의 좋은 점을 떠올려 보시라. 아, 없겠죠. 물론 없겠죠.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점심을 같이 먹지 않아도 되었다는 서사이다. 처음에는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펼쳐서 이런저런 이야기(정말 쓸모없는)를 하면서 먹다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자리에서 먹게 되었다. 정말 정말 무지무지 좋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화제를 쥐어 짜내면서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먹는다는 건 최고의 고독이다. 


간혹 같이 밥을 먹게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서랍에 넣어둔 소화제를 먹는다. 16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품 다카세 준코의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의 표지에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요즘의 나의 머릿속을 사찰한 듯한 문장인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이에 꼭 같이 밥을 먹어야 하나요?'가 박혀 있다. 순간 감동받아서 사진을 찍고 카폭 프로필 배경으로 바꿨다.(법으로 지정하면 안 될까요? 점심시간에는 각자 밥을 먹는 걸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어떻게 같이 밥을 먹었던 걸까. 혼자 먹는 점심은 일하는 순간의 구원 같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의 첫 장면은 사무실에 남은 니타니와 후지 씨의 점심 풍경이다. 지점장의 호령 비슷한 구령으로 사람들은 같이 밥을 먹으러 갔고 둘은 컵라면과 도시락을 각자 자리에서 먹는다. 얼마나 바람직한 광경인지. 이 책을 추천해 준 이에게 경배를.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의 장면들은 어머 이건 내 얘기야 하면서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체력이 약하다고 모두가 철야 작업을 하는데도 정시 퇴근을 하는 이가 있다. 사람들은 대놓고 그이를 미워하지 않는다. 미워하는 티를 냈다가는 오히려 인류애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몸이 아픈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여기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마음의 소리를 내뱉고 일을 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 말을 한 사람이 전근을 가게 된다. 매번 정시 퇴근을 하는 이는 다음날 구운 과자나 디저트를 가지고 오후 세시의 간식 타임을 연다. 


책의 나온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소름 돋았다. 지금의 여기, 이곳의 상황과 똑같지 않은가. 출근하자마자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어제 한숨도 못 잤다, 엎드려 있어도 되냐고 한다. 교묘하게도 상황을 연출한다. 그걸 보고서 어찌 안됩니다 할 수 있나 그냥 조퇴하시라고 한다. 어김없이 다음날 무언갈 가져온다. (심지어는 자기 컨디션이 안 좋으니 오늘 예민하게 굴 수도 있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 뭐지 했다가 집에 가면서 기분이 나빴다.)


작품에는 세 인물이 나온다. 혼자 살면서 먹는 것에 욕심도 의지도 없는 남자 니타니. 부모님과 살면서 먹는 것에 진심인 여자 아시카와. 누구랑 사는지 나오지는 않지만 일만은 최선을 다하는 여자 오시오. 세 남녀의 엇갈리면서도 기이한 직장 스릴러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의 장점은 탁월한 상황과 심리 묘사에 있다. 가끔 아니 자주 의문한다. 내가 예민한가. 그래서 내가 문제인가.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내가 못나고 한심해서 인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그렇지 않다고 다독인다. 어딜 가든 일보다는 처세로 버티고 미움받을 걸 알면서도 미운 짓을 하면서 자신을 미워하면 너의 인간성의 문제라고 암시를 주는 인간이 수두룩하다고 말해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에 매번 관대하고 너그러운 인간과 함께 일하는 건 최악이다. 그리하여 함께 밥을 먹지 않을 수 있어서 기뻐 미치겠다. 책의 마지막은 서글프고 기괴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하는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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