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 내 삶을 지배하는 길티 플레저
박미소 지음 / 낮은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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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의 목록을 넘기다가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라는 제목의 책을 봤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순전히 제목만 보고 구매했다. 제목이 그러니까 제목이 다 한 책이다. 10년 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급기야 작년 12월에는 배민의 천생연분이라는 등급을 얻고야 말았던 나에게 따귀처럼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날아왔다. (트위터는 안 합니다. 트위터 대신 유튜브에 빠져 있습죠.)


먼저 다이어트. 


저자 박미소처럼 나 역시 '말랐다기에는 살집이 꽤 있고, 뚱뚱하다기에는 정상 체중인, 그야말로 평범한 몸이'다. 어디 가서 말랐거나 뚱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그냥저냥 한 몸이었다. 이런 내가 각성을 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한 계기는 나도 말라보고 싶다는 열망이 어느 날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르다 못해 뼈만 남은 것 같은 그녀들을 주입식으로 보면서 무의식이 의식을 점령했다.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에 쓰인 「다이어트」 챕터를 읽으면서 이건 내 이야기인데 하는 기시감을 계속 느껴야 했다. 격하게 뚱뚱한 몸이 아니었음에도 엄마랑 옷을 사러 가면 옷핏이 살지 않으면 엄마는 박미소의 엄마처럼 애가 뚱뚱하다고 점원에게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야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박미소처럼 병원을 다니면서 살을 빼진 않았지만 음식을 먹을 때면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배달음식. 


요리해 본 사람들은 알죠.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끓이고 차리고 치우는 지난한 과정을. 에너지 없음의 대명사 나란 사람은 요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기가 빨린다. 그에 반해 배달음식은 얼마나 간단하고 빠른 식사 방법인가. 손가락 터치만 몇 번 하면 맛난 음식이 문 앞에 도착한다. 그리하여 배민의 최고 등급인 천생연분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었다. 그러다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돈이 없어서 돈을 버는데 돈을 벌었는데도 돈이 없는 가난의 무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자각. 


박미소는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에서 길티 플레저라는 죄책감이 드는 즐거움 세 가지를 반복했던 과거의 시간을 들려준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죄책감)을 내내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즐거움) 중독된 시간들. 평범한 몸이었지만 서울에 상경해서 마른 사람들을 보며 병원을 다니며 시술을 받고 약을 먹는다. 살은 빠졌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냉장고에 식자재가 있지만 손은 어느새 배달 앱을 열어서 주문을 한다. 


트위터도 마찬가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트친들의 글과 타임라인을 훑느라 몇 시간을 소비한다. 더 이상 볼 글이 없음에도 손가락은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현실의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으니 익명의 누군가에게 나의 즐거움, 슬픔을 말한다. 익명의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에 따분해하지도 한심해하지도 않는다. 공감과 리트잇을 해주며 나의 존재를 긍정해 준다. 


제목에 들어 있는 두 가지 혹은 다른 형태로 세 가지에 중독되어 있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위로한다. 당신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에 빠져 있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다이어트에 배달음식에 트위터에 왜 집착하는지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다이어트, 배달음식, 트위터』는 문제의 힌트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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