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인정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의 어느 한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슬펐다. 글의 대부분은 어느 장면의 묘사로 시작된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사건, 사고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깜짝 놀라고 슬펐던 장면은 기자 김인정의 과거 회상 장면이었다. 기억 하나라면서 들려주는 그 이야기는 오래전 나의 한 시절이었다. 


출석만을 목표로 나중에는 그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학교 정문 앞에서 돌아 나왔던 적도 많았다. 가도 엎드려 자거나 책을 읽거나였다. 그래도 듣긴 들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그들은 말했다. 여기는 안 된다고. 꼭 위로 서울로 올라가라고. 나는 그곳에서 겨우 한 시간의 거리를 이동했을 뿐이다. 이것도 올라온 거 맞겠지. 


대학에서 만난 이는 자신은 졸업을 하고 꼭 서울에서 취업을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서울의 감성이 좋다고. 나는 대체 이 애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는 또한 겨우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더 이상의 전진은 없이. 김인정은 가족 중에 처음으로 서울로 대학을 갔더랬다. 새내기 시절 고향에서 올라온 언니와 친구들이 자리에 모였다. 언니의 사투리를 듣고 친구들은 웃고 자신은 창피했다는 회상. 


나는 사투리를 쓴다. 근래 들어 자주 서울 사람들과 통화할 일이 많은데 그들의 사근사근하고 나긋한 어조를 듣고 있자니 내 말투가 신경 쓰였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억양. 서울이 특별한가. 특별하지. 그래서 서울특별시.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읽어갈수록 내가 느끼는 소외감은 나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닌 언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뉴스를 본다. 뉴스를 본다고 썼지만 뉴스를 보는 게 맞는 걸까. 뉴스에 주입되고 있는 건 아닐까. 보여주는 대로 보는 건 보는 게 아니다.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 입맛에 맞게 우민화를 넘어 식민지화되고 있는 것.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말한다. 중앙 언론이 자행하고 있는 짓. 지역을 배제하고 소회하는 짓. 지방에 태풍이 불어도 서울이 고요하면 뉴스 또한 고요하다. 


알 권리는 대체 누구를 위한 알 권리인가.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묻는다. 알 권리를 위해 어디까지 뉴스에 타인의 고통을 보여줘야 하는지. 선을 넘기 시작한 요즘의 뉴스 행태를 비판한다. 우리는 어쩌다 고통을 목격하는 게 아닌 구경꾼의 자세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우리의 문제가 아닌 언론과 미디어의 잘못임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고통에 둔감하다 못해 고통에 기대어 위로를 받는 오늘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여기에도 사람이 산다. 작은 일에 울고 화를 내면서. 이것만 알아도 뉴스는 공평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