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방각본 살인 사건 1 - 소설 조선왕조실록 03 - 개정판 소설 조선왕조실록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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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달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2023년이 채 3주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또 일 년이 가는구나. 주어질 2024년에는 지금보다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하지 않을까 각성이 찾아왔다.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2주 동안 혼자만 바빴다. 일은 많이 주어졌고 혼자만이 쳐내야 하는 일이어서 퇴근 시간인 6시 이후에도 남아서 일을 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멍하게 있다가 책을 읽었다.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방각본 살인사건』이었다. 1, 2권으로 나뉜 책은 나를 2023년에서 정조대왕 시절로 데리고 가주었다. 서자와 적자의 신분 차별이 엄연히 존재했지만 정조는 서얼도 중앙에 들이고자 노력했다. 성리학의 반성으로 실학이 등장했고 신분 때문에 실력이 있음에도 조정에 나아가지 못한 실력자들은 청나라로 눈을 돌렸다. 


신문물과 새로움의 시대 조선 정조의 시절은 그랬다. 연암 박지원을 중심으로 홍대용, 이덕무, 박제가, 김홍도가 백탑에 모여 서로의 꿈을 나누던 시절이었다. 김탁환은 이곳을 배경으로 추리 소설을 내놓는다. 찾아보니 2003년에 나온 소설이었다. 정세랑의 신작 미스터리 장편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작가 후기에서 발견한 추리 시리즈였다, 『방각본 살인사건은』. 


백탑파 시리즈를 재밌게 즐겨 읽었다고 최애의 작가가 추천해 준 책이라 의심 없이 읽었다. 지금 회사의 최고의 장점은 직주근접이라(이 조건은 내가 선택해서 얻은 것이라 정말 뿌듯하다.) 늦게까지 일을 해도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하는 달팽이라 이불 속에 숨어들어 『방각본 살인 사건』을 천천히 읽어냈다. 


약관의 나이에 의금부 도사로 일하고 있는 이명방. 임진년과 병자년에 공을 세운 조부를 두고 있는 종친으로 그가 이 소설을 꾸려간다.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그보다 한 살 어린 김진. 꽃과 학문에 조예가 깊은 김진은 명방을 도와 한양에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여성들이 목이 졸려 죽는 사건이 한양에 발생한다. 죽은 자들 곁에는 청운몽이 쓴 소설이 놓여 있다. 명방은 청운몽을 잡아 문초한다. 청운몽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자백만으로는 범인이라고 의심할 수는 없지만 청운몽의 자백에는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건 현장의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청운몽은 참형을 당한다. 이로써 사건은 해결되었을까. 아니지. 전혀. 청운몽이 죽은 뒤에도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어김없이 그 곁에는 청운몽의 소설이 놓여 있다. 명방은 당황하고 이번에는 왕도 사건의 해결을 주시한다.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식이지만 『방각본 살인사건』은 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정의하는 소설이다. 대설과 소설의 차이를 백탑파 서생들이 골몰하는 장면에서 왜 내가 소설을 좋아할까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 세상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는 각자 알아서의 몫. 나는 소설은 읽지 않는다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그것도 그이의 몫. 작은 이야기에서 품어져 나오는 일상의 오라는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를 빛이 나게 만들어 준다. 


요즘의 내가 하는 일은 소일이다. 작은 일. 나의 세계를 누군가 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면 왜 저런 일에 진심인 거지 한심해 할 수 있는 일. 소일을 하는 내가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그래서 계속 읽혀야 한다. 소설이 사라질 뻔한 세계의 이야기는 간절하고 조마조마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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