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방곡곡 여행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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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누워 있기만 하면 바보 될 수도 있으니까. 여행 가야지. 하고 행하는 건 여행기를 읽는 것이다. 일요일 오전에 떠나는 세계 여행. 마스다 미리의 『세계 방방곡곡 여행일기』를 집어 들었다. 198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여행 기록이다. 목차를 보니 총 스물세 곳의 나라를 방문했군요. 그대의 열정에 건배. 


지금은 대유튜브 시대. 여행기를 읽어도 랜선 여행을 떠나도 즐겁다. 부지런하고 기발한 유튜버들이 보내오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여행 영상은 내가 간 것만 같은 착각을 준다. 몇몇 여행 채널을 구독했나? 아니군. 인터넷 세상에서도 내향인의 규칙을 지키며 한 여행 유튜버의 채널만 구독해놨다. 그 역시 내향형 여행 유튜버. 여행 가서 누워 있는 사람. 


일상 만화의 대가 마스다 미리의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미술학교에서 간 첫 해외여행이었다. 무리해서 부모님이 보내준 여행이라 애틋한 나라이다. 유명한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맞아, 그랬었군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도 있다. 『세계 방방곡곡 여행일기』 초반부에는. 


예쁜 포장지 느낌의 일러스트 배경의 타이완 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함께 갔지만 따로 여행을 즐긴다. 현지 음식을 먹고 현지인들에게 받은 친절을 기록으로 남긴다. 한국에서의 기록도 있다. 디저트를 하나씩 시켜서 각자 먹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같이 먹는 문화를 즐거워했다. 비 오는 날에 먹는 부침개를 신기해하기도 한다. 


여행기 중간중간에 담긴 단상들.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즐겁게. 여행은 그런 마음으로 가는 거라는 걸 배운다. 내일 출근은 어떡하지. 쌓여 있는 있은 어떻게 쳐낼까. 무례한 사람에게 웃지 않고 말하는 요령은? 같은 괜히 불안만 가중되는 생각을 여행지에서라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짐작해 본다.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책으로 영상으로 봐도 직접 가서 보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 유명한 장소의 나열이 아닌 마스다 미리 엄선의 특별하고 느낌 좋은 여행지의 소개라서 『세계 방방곡곡 여행일기』는 행복한 책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느낌이 전달되니까. 기념품을 담은 사진과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과자, 초콜릿, 수프, 에코백 같은 것. 


어른의 세계, 어른의 느낌. 여행을 하면 어른의 세계와 느낌을 실감할 수 있겠구나.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않은 나는 그래서 아직 어른이 아닌 상태. 그래도 좋다. 어른의 여행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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