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씨의 친구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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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만화 데뷔 20주년 기념 신작 『미우라 씨의 친구』의 마지막 장을 보는 순간 감탄하고야 말았다. 와. 대단하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구질구질하고 허름한 한 주를 보냈지만 『미우라 씨의 친구』를 읽었기에 주말이 산뜻해졌다. 뭐든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솟아올랐다. 


다들 읽어보시라. 끝까지 마지막 장까지 말이다. 


친구라. 친구라니. 친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저는 친구가 없어요. 말했더니 오히려 미안하다고 해서 그게 왜 미안하죠 반문했다. 친구가 없다는 것에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로움은 더더욱. 친구가 없기에 홀가분한 인간사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진짜 좋다. 오해하고 갈등하고 미워하다 다시 화해하는 걸로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에 나의 생활은 힘이 든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도 벅차다. 있는 에너지를 모두 사용한다. 


『미우라 씨의 친구』의 주인공 미우라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가 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사이가 멀어지고 아마 이제는 연락이 오지 않으리라 침울한 마음이 든다. 하우스 셰어를 하는 친구에게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오랜 친구 사이였으니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미우라 씨의 일상은 단조롭다. 일을 하고 중간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간다. 회사 사람이랑은 밥을 먹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어렵다. 메뉴를 고르고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전부다 반박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일이 바쁠 것이라는 핑계로 각자 자리에서 밥을 먹자는 것으로 유도하지만 어쩌다 함께 밥을 먹으면 안 그래도 없는 활력이 소진된다. 미우라 씨는 혼자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간다. 퇴근을 해서 집에 있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친구는 미우라 씨의 말을 잠자코 들어준다. 그건 아니야. 네가 잘못했네. 다시 생각해 봐.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미우라 씨의 친구는 미우라 씨의 말을 잘 들어준다. 꼭 친구가 있어야 할까. 친구가 없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걸까. 『미우라 씨의 친구』는 그런 질문의 답으로써 만든 책이다. 미래의 어느 시대에는 친구란 다른 모습으로도 존재하지 않을까는 상상도 가미되었다. 


따뜻하고 애틋한 반전이 있는 책 『미우라 씨의 친구』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없다. 그래도 좋다. 사려 깊은 미우라 씨를 알게 되었고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미우라 씨의 친구도 알게 되었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저의 만화를 좋아해 주신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친구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사랑스러운 마스다 미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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