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전세역전 -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까지
홍인혜 지음, 정민경 감수 / 세미콜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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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글씨체로 일상툰을 올리던 우리 루나가 전세 사기를 당해 그 경험을 책으로 출간했다는 소식은 책이 나왔다는 반가움보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흑흑 슬펐다는. 슬프니까 돈을 쓰자. 『루나의 전세역전』을 사자. 어떤 치료도 다 소용 없더라. 금융 치료만이 답이더라. 어깨와 등이 뻐근해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보다 애호하는 쇼핑몰에 들어가서 오늘의 특가 상품 중에 맞아 이건 필요했지 하는 물품을 사며 손가락 운동하는 것으로. 치료완. 


『루나의 전세역전』은 실제 경험담을 그린 책이다.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으니 주(宙)의 문제를 해결하면 이제 으른이다잉이 되니까 집을 얻어야 한다. 우리 꼼꼼쟁이 루나는 집 구하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발품을 팔아가며 집을 얻는다. 등기부등본도 확인하고 근저당이 없는 집으로다가. 마침내 채광이 좋고 오랫동안의 로망이었던 소파를 둘 만한 거실이 있는 집을 계약한다. 이렇게 루나는 꿈을 이룬듯 했다.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요일에도 인터넷이 빵빵하게 터지는 회사로 그야말로 광인의 모습으로 달려간다. 나중에야 안다. 주말에는 행정 업무 처리가 안 되어 일요일에 해도 월요일에 접수되어 화요일부터 확정일자의 대항력이 생긴다는걸. 이럴 때 쓰는 어른들의 말,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그래도 대뿌듯. 이제 여기는 월세도 나가지 않는 소중한 보금자리.


이삿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날아온 통지서 한 장으로 루나의 생활은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임차인 통지서' 말인즉슨 네가 살고 있는 집은 압류가 되었고 곧 경매로 넘어가니 대비하라.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내 돈 주고 집을 얻었는데 집주인이 갚지 못한 돈 때문에 전세금을 날리게 생겼단다. 피와 땀이 묻은 전세 자금을. 


그때부터 루나의 전세금 지키기가 시작된다. 반듯하고 귀여운 글씨체와 몽글몽글한 그림체로 전세 사기를 다루었지만 실제 그가 겪은 시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고통의 시간이었으리라. 경매가 진행되고 집이 낙찰되면 집에서 쫓겨 나기에 소파는커녕 휴지나 생수도 대용량으로 사지 못했다. 이런 일들을 누군가에 말하면 그럼 돈을 못 받는 거야 같은 암담한 말이 돌아오기에 루나는 혼자서 공부와 싸움을 한다. 


지금도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전세 사기는 전세라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청년들의 하루와 내일을 박살 내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다. 실제로 루나의 집주인은 인상이 아주 좋아 보이는 중년이었다. 그 누구도 전세 사기를 칠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인류애는 물론 인류라는 자체를 멸종 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 된다. 


전세 사기에서 전세 역전이 되기까지의 루나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책의 뒷면에는 "당신이 연 지옥문, 이제 내가 닫는다."라는 말과 함께 외계인 눈을 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루나가 그려져 있다. 이게 힌트가 된다. 영화의 장르 중에 스릴러를 좋아한다. 쫓고 쫓기고 감시하고 협박하고 그러다 악인이 처벌을 받는. 현실에서는 그런 결말이 존재하지 않기에 대리 만족을 느낀다. 현실 스릴러의 결말은 다르다. 악인이 아닌 피해자가 쫓긴다. 악인은 아무 생각이 없이 잘 먹고 잘 산다. 


루나는 전세 사기를 당했지만 그 시간들을 고통과 허무와 슬픔으로 놔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상을 유지하는 단단한 힘을 보여준다. 『루나의 전세역전』은 한 개인이 겪은 고난을 개인사로 두지 않기 위해 암흑의 터널을 통과해 우리에게 도착한 책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 날이 올 거야 같은 영혼 없는 말로 남의 고통을 위로하려는 일은 그만두어야지. 이런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런 날이 지난 뒤 너에게 찾아오는 불행 앞에서 가운뎃손가락 정도는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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