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한인정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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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 아니다. 다음 문장에 비어 있는 곳에 낱말을 채워보자. 어딘가에는 ○○이 있다. 무엇무엇이라고 읽을 텐데. 혹은 땡땡이라고. 생각나는 게 있는지. 곧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어딘가 시리즈 중 하나인 책의 제목이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느 곳인 어딘가에는 무엇이든지 있을 수 있다, 무엇이든지 있다. 


짐작하기 어렵고 확신할 수 없지만 어딘가, 무엇무엇은 있다. 싸우면서 소리치는 자들의 외침이 있다고 한다면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충북 옥천군에 사는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온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실명 대신 나무, 바다, 새벽, 여름으로 불리는 그녀들은 자신이 겪어온 삶을 이야기한다. 


미디어는 이주 여성의 삶을 전부 보여주고 알려줬을까. 방송에서 보여준 대로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부분에 속지는 않고 있나.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그동안 이주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적만 얻고 도망가는 여성들이라는 편견이 있지는 않은지. 결혼의 목적은 돈을 받아 고향에 보내기 위함이 아닌지. 


그녀들은 말한다. 도망을 가는 모습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도망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어려움에 처한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에 이어 직업 노동까지 하는 그녀들의 삶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녀들의 어려움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환경에 있었다. 


결혼하기 전 남편의 직업은 이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후에는 다른 것이었다는 것. 모국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시집 사람들. 단순히 외모만 보고 하대하는 사람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겪어야 했던 차별은 그녀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게 했다. 그리하여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가 생겨난다. 


옥천에는 이주 여성들이 산다. 옥천에는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가'가 있다. 어딘가에는 하라면 하라는 대로 했다가 좌절을 겪은 이주 여성들이 만든 단체가 있다. 남편에게 맞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상황을 설명하지 못할 때 무조건 빈 몸으로 나가라는 남편에게 맞설 때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어졌을 때의 어려움을 알기에 만들어졌다. 


공간이 필요하다. 모여 있을 자리가 필요하다. 나의 말로 말할 때 이해해 주고 도와줄 누군가 필요하다. 어딘가에는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사는데 힘이 된다. 고민 없이 사 마실 수 있는 커피, 사 입을 수 있는 바지와 같은 맥락이다. 고민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나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고민 없이 무언갈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살아가진다. 더 이상 밤의 거리를 서성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딘가에는 그런 곳, 그런 곳들이 많아야 한다. 옥천과 그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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