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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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최선을 다해왔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실패가 잦았고 성공은 흔치 않았다. 묵묵히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매일 했음에도 최선과 열심인 일에는 어떠한 말을 기다렸다. 김혼비와 황선우의 편지글이 담긴 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의 제목을 보고 깨달았다. 그동안의 나의 최선은 이상한 최선이었다는 것을. 


다들 살아있나. 죽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나. 정신은 죽고 몸만 남은 채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죽었지만 다음 달 청구되는 지불 내역들을 갚기 위해 귀신이 된 채라도 일을 하고 있나. 세상의 중심은 나이므로. 내가 본 세계의 원리는 얄팍한 꼼수와 허수로 돌아갔다. 감히 이렇게 생각한다. 나보다 열심과 최선과 노력을 하지 않은 이들이 더 잘 살아가고 있다고. 나만 왜. 


맞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김혼비와 황선우가 주고받는 편지에서 실마리를 얻는다. 일이 끝나면 한자를 쓴다거나(너무 열심히 쓰지 않는다. 그저 쓰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목탁을 사서 두드리고 납득할 수 없는 죽음에는 끝까지 애도한다. 탁구를 하면서 재미 이상을 느끼고 번아웃으로 단어를 잘못 말해도 그것대로 웃을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 엄마는 옆으로 누워서 천수경을 들었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왜 저런 걸 들을까. 알 수 없었다. 이제야 이해와 마음이 간다. 몸이 허물어지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날들에 바치는 성가였다. 출근을 하려고 눈을 떴다. 전날 읽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의 내용이 떠올랐다. 유튜브에 목탁소리를 검색했다. 황선우의 방법이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목탁소리와 반야심경을 들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자 가자 넘어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 오늘의 깨달음은 화를 내기 전에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해 보고 그대로 화가 난다면 화를 내면서 가라앉히자는 것. 화를 참으면 죽는다. 최선을 다하는 일은 화가 나는 일이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며 물미역 같은 시간으로 살아도 된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이야기한다. 편지란 눈치 보지 않고 방해받지 않으며 나의 이야기를 최선으로 할 수 있는 장르이다. 가만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줄곧 자기 즉 나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있었다. 편지를 쓰라고 혹은 일기를 쓰라고 말하고 싶다. 진짜 정말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다.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들을 때 에너지가 훨씬 많이 소모된다. 추임새, 표정, 자세를 갖춰야 한다. 사회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글은 어떤 자세든 용인된다. 심지어 울어도 된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나의 최선을 생각하고 선택하게 하는 책이다. 나의 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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