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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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스물여섯에 도쿄로 상경한 마스다 미리의 일상 이야기가 담긴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를 읽으며 어느 한 시절을 떠올렸다. 마스다 미리는 오사카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도쿄로 왔다. 되도록이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립한다는 의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직업이 마땅치 않아 집을 구하기 힘들었다.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했다. 


빨리 집을 구해야 하는데. 낙담한 채 길을 걷다가 오래된 중개업소를 발견했다. 다행히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을 만나 역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낡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다.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나의 어제와 오늘이 얼마나 한심한지. 분명히 돈을 벌러 일을 다녔는데 왜 나의 잔고는 이 모양인지. 좀 더 분발해야겠다 와 이렇게 살아서 뭐해 사이에서 갈등. 그러다 그냥 이 집으로 할게요. 


마스다 미리는 집을 구하고 호기롭게 월세를 깎기도 한다. 한곳에서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엄마의 조언을 듣고 전자제품도 싸게 구입한다. 당장 일을 구할 수는 없어 저금한 돈을 가지고 생활한다. 밥은 해 먹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자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느긋한 생활을 한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그때만큼은 마음을 놓고 저금한 돈이 있는데 하는 생각으로 지냈다고 한다. 


모두들 그랬겠지만 코로나로 일을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얼레벌레 어찌어찌 살아도 좋았을 시간이었다. 걱정은 넣어두고 불안은 밀어두고서 말이다. 걱정과 불안과 슬픔의 함량을 빼면 시체라 그러질 못했다. 허둥지둥 부랴부랴 다음 직업을 갖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괜찮아, 몇 달은 넷플릭스 보면서 누워 있어라고 말해주면 정말 정말 좋을 텐데.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는 괜찮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서 보여준다. 일을 하지 않아도 걱정은 없다. 일을 할 예정이니까. 본격적으로 일을 찾는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다. 나만의 필살기를 활용해 영업을 하면 되니까. 연고도 없는 도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할 때 마스다 미리는 출판사에 찾아가 포트폴리오를 건넨다. 자신이 만든 필기도구와 함께. 


요즘에는 집꾸에 빠졌다. 집 꾸미기. 이사 온 지 5년째. 아직도 집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필요 제품이 아닌 불필요 제품이지만 소유하고 싶은 제품들이 많다.  분리수거장에서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고 색깔과 분위기를 고려하지 못하고 단순히 갖고 싶다고 해서 사버린 가구들이 한가득이라 집은 임시 거처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곳이 좋다. 매일 좋아지고 있다. 나의 집. 정말 정말 집에 가고 싶을 땐 찍어둔 나의 방 사진을 본다. 조금만 기다려. 곧 가서 누워 줄 테니까. 춘식이로 꾸민 나의 방아. 걱정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세상은 평화로 가득 찼을 것이고 허둥지둥한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질 것 같으면 세계는 행복으로 충만해졌을 것이다.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는 걱정, 불안 없이 지금 여기 이곳이 좋아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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