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지혁의 소설 『초급 한국어』의 주인공은 문지혁이다. 그는 외고를 나와 대학을 갔고 졸업 후에는 직장 생활을 했다. 하다가 원래 자신이 꾸던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 학교에 들어가 소설을 공부한다. 투고를 했지만 당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3학기 만에 졸업 논문이 통과되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일을 한다. 


지혁은 미국에 자리를 잡아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었을까. 그럴 수 없었기에 미국으로 왔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면 가능할까. 모국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소설은 쓰일 수 있을까. 많은 의문이 따르지만 일단 지혁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최근에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이것저것을 알아보고 있다. 그냥 하면 될 텐데 둘러보고 알아보는 시간에.


『초급 한국어』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보면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잘하겠다는 결심 대신해본다는 마음으로. 인사를 배우고 나를 소개하고 길을 묻는다.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사를 표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공항에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강의를 준비하는 지혁은 외국인들에게 안녕하세요를 먼저 가르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의 말도. 우리말이 어려운 게 높임말,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같이 알아야 한다. 안녕에서 파생되는 말도 여럿이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지혁은 안녕하세요를 영어로 Are you in peace라고 직역해 준다. 그 말을 듣고 학생들은 웃는다. 당신은 평안하냐가 보통의 인사로 한국에서는 쓰이냐면서. 


누군가를 만나면 쓰라고 배운 말 안녕하세요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래도 중요한 말이라는 걸 안다. 당신은 안녕하냐고. 처음 만나거나 다시 만날 때 꼭 물어야 할 말이다. 『초급 한국어』는 우리에게 당신은 평안한지 혹은 평화 속에 있는지 묻는 소설이다. 당신의 안녕이 궁금해서 쓰인 소설이다.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말 엄마, 아빠, 밥에 이은 안녕하세요의 쓰임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새삼 어떤 단어들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일상적으로 썼던 말인데 갑자기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무슨 뜻이었지. 사전을 찾아본다. 언어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화를 하다가도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한다. 인생의 사건 때문에 어떤 언어는 일부러 쓰고 있지 않기도 한다. 대체어를 찾지 못해 입을 다무는 식이다. 지혁과 내가 앞으로 쓰지 못하는 그 말 뒤에 안녕을 덧붙일 수 있는 후일의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