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고 글쓰고 -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김현진 외 지음 / 빛소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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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작가라고 우기면 작가가 될 줄 알았지만 그냥 우기는 사람이 되어 있다. 직업을 바꿔야 할 시기가 있었다. 그때 자격증 공부 대신 용기를 내어 제대로 된 습작을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라기보다는 IF 조건문처럼 만약에라는 상상을 할 뿐이다. 꿈 실패자는. 관리비, 세금, 식비, 보험료 등등 숨을 쉬기 위해 내야 하는 고정지출은 어떡할래? 배달 음식도 시켜 먹어야 하고 귀여운 제품이 있으면 그것도 사야 되잖아. 


매달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그때는 불안했다. 다들 그렇겠지. 신용카드는 쓰지 않으니까 체크카드 잔고액을 확인하고 생활비가 모자란다 싶으면 적금을 해지하고.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이력서도 부지런히 내고. 면접도 보러 다니고. 돈이 없어서 작가가 되지 못한 거라고 변명해 보지만 안다. 용기 없음과 노력 부족 때문이라는걸. 되고자 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했었어야 한다는 걸. 


에세이 『먹고살고 글쓰고』는 '일하며 글 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 쓰는 이들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똑같이 일하며 글 쓰는데 전자는 작가들이고 후자는 이들이다. 작가는 아니지만 어찌 됐든 일하며 글 쓰는 사람들이 이들에 해당한다(나도). 책을 읽어보면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가가 되었지만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작가의 소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십여 년 넘게 글을 썼지만 작가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말농장에서 일을 하다 귀에서 피가 나고 등단을 했지만 청탁이 없어 택배 일과 카페 창업을 했다. 시를 써서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을 해주고 요가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강의를 한다. 책에서 인용해 준 안톤 체호프의 「초보 작가를 위한 규범」의 두 문단은 필사해야겠다. 


작가든 작가 지망생이든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 작가는 작가가 되었는데도 생계에 힘이 부치고 작가 지망생은 작가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일에 힘이 든다.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한 이에게 하는 조언도 있다. 시인 이원석의 말처럼 작가가 되겠다는 건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냥 어느 날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거라고 잊고 살았던 왜 작가가 되고 싶었나의 기억을 상기시켜준다. 그랬다. 그냥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책의 문장에 마음이 홀려서.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 


근로소득은 대단히 중요하고 엄청나게 소중하니까. 작가가 되어도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은 꼭 가지고 있으라고 하니 사무실 책꽂이 투명 파일에 끼워 놓은 사직서는 안 보이게 감춰 놓았다. 집에 돌아와 일일신 우일신의 마음으로 대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다. 그냥 작가가 되기로 했으니까 써야 되는 이유 같은 건 찾지 말고 그냥 쓴다. 스티븐 킹의 말처럼 한 번에 한 단어씩. 


송승언 시인은 이렇게 조언한다. '낮 동안 열심히 또는 영혼을 빼놓은 채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라고. 나를 화나고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대답으로 글을 쓰라고. '그게 아마도 문학일' 거라고. 나와는 직무가 맞지 않다거나 인간관계 지옥에 살고 있어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그래서 퇴사를 권유하고 회유하는 누군가의 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먹고살고 글쓰고』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쓰기 위해서는 벌어야 한다고 일만은 그만두지 말라고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뼈를 때리는 조언, 충고, 잔소리 3종 세트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기에. 


누가 읽지 않아도 나는 읽는다. 쓰다만 시와 소설아. 기다려 다음 문장을 적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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