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서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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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한다. 오늘부터 프로갓생러. 퇴근 후에 공부하는 자기계발러. 비록 외거노비의 삶을 살고 있지만 성취의 기쁨을 만끽하고자 매일 한 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 소리 질러! 예! 수, 목, 금, 토요일까지 공부했고 일요일은 뻗어버렸다. 등이 아파서 오전 내내 누워 있었다. 그래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야지. 그래야 월요일에 일어날 수 있지 자기 위안을 했다.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느냐면. 


비밀. 


자격증 공부이긴 한데 단 번에 합격할 리가 없는 극악무도한 합격률을 자랑하는지라 우선은 지식을 쌓는 정도로 부담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두 달 후에 시험이 있긴 한데 기출문제 얻으러 가보자 하는 생각이다. 이 결심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또 힘들다고 드러누워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해보자. 멈췄다가 다시 해보자. 유튜브 무료 강의를 듣고 있는데 어렵다. 외계어 같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할 듯한데. ㅎㅎ


서귤의 에세이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을 읽으며 낄낄거렸다. 전작 『회사 밥맛』을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표지 그림에 약간 맛이 간 눈을 한 여자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분이 등장한다. 광기의 눈. 흐눈광. 흐린 눈의 광인이 맛이 간 인생의 썰을 풀어준다. 



월급을 받았는데 월급이 없는 괴담이 아닐까 싶은 이야기에서부터 해마다 입을 옷이 없다는 옷장 속에는 웜홀이 존재하지 않을까 의문을 넘어 나를 괴롭힌 그 애는 희희낙락 잘 살고 있어 빨간색 볼펜으로 이름을 네 번 적은 이야기까지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계획대로 되지 않은 서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한 편의 이야기 뒤에는 과학적 근거라고는 1도 없는 미스터리 파일이라는 허무맹랑하지만 그럴듯한 추측성 믿거나 말거나 현대 설화가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사서 먹다가 도리어 살이 찌기도 하고 큰맘 먹고 속옷을 사지만 눈치 게임에 실패해 사고 나자마자 세일을 시작하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각종 똑땅한 에피소드들이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에 있다. 



엇나가고 비켜 나가고 딴 길로 새 버리는 게 인생의 제맛. 계획하고 실천하고 의지가 충만하면 그건 인생이 아니란 말이지.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은 말한다. 그리하여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한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각종 스터디 플래너들을 비우기로 한다. 계획을 세우다 지쳐 잠들어 버릴 걸 알기에 그럴싸한 계획 없이 책상에 앉았다. 그저 두 달 후에는 시험을 봐보기로 하는 것으로. 그러다 다른 일로 빠져도 괜찮지. 엇나가니까 인생이지. 이상 프로무계획러의 미래의 자격증 불합격 변명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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