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의 피식 쇼를 즐겨본다. 외국 토크쇼 형식으로 출연자와 사회자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보면서 감탄하고 말았다. 다들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사교육의 힘으로 영어를 습득했고 자유자재로 한국어와 섞어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웃었다. 그러다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다. 해보자. 영어. 


제로백 1초가 아닌 제로백 10일의 타입이라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지 생각을 했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가 아닌 어떻게 해볼까, 어떻게 하지, 되게 답답한 스타일이다. 매일 꾸준히 해보면 어떨까 하고 가벼운 학습지를 검색(후회한다. 검색 몇 번 했다고 광고 팝업이 자꾸 뜬다. 가격 견적 내려고 가입했더니 매일 광고 톡이 온다.) 하고 EBS 다시 가입했다. 재능 있는 유튜버 선생님들이 올려주신 영상도 몇 개씩 봤다. 


돌고 돌아 소설책 읽기. 제목도 직관적인 심재천의 『나의 토익만점 수기』를 읽어보자 했다. 엇, 품절. 그럼 중고책으로 가자. 주문하는 김에 유튜버 선생님이 집필한 교재도 주문했다. 1,500원만 주면 분철해 주니까 그것도 신청. 교재는 무조건 스프링 제본이어야 한다. 반으로 접어서 컴팩트한 사이즈로 공부를 해야 집중이 잘 된다. 안 접히는 거 진짜 극혐. 쫙 펼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네, 네 공부 못 한 이유를 이제 알겠죠? 이럴 시간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나의 토익만점 수기』는 토익 점수 만점을 위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나'의 모험담을 그린다. 취업을 위해 토익 시험을 봤지만 590점이 최고점. 이 점수로는 원서도 내지 못하고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비행기 삯이 제일 싼 호주로 건너왔다.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는 취업에 성공 소나타 신형을 뽑고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놀러 다녔다. 제대로 동기부여 받은 셈이다. 한국말은 절대 쓰지 않고 오직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토익 만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부푼 희망을 안고 호주로 날아왔다. 


제임스를 만나 남자답게 스릴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라는 가르침에 스티브의 인질이 되기로 했다. 스티브는 바나나 농장을 하는 척하면서 마리화나를 재배한다. 그곳에서 일하며 나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실전 영어로. 이주일 닮은 재림주를 믿는 아버지에게 영어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질 때 그런 후회를 한 적이 있다. 국어가 아닌 영어를 좋아할걸. 그랬으면. 


후회해 봤자 이미 늦은걸. 박명수 어록 있지 않은가. 늦었을 때가 늦은 거라고.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나의 토익만점 수기』는 토익 만점을 향한 호주와 한국을 넘나드는 액션 어드벤처 픽션으로 토익 만점이 뭐길래 하는 인생무상과 체념과 허무주의까지 챙겨준다. 그래봐야 토익 만점.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게 된다. 토익 만점이 뭐라고. 도대체 그게 뭐길래 그렇게까지 아이고.


토익 만점을 받고 싶지는 않고 영어로 듣기가 가능하고 나의 생각을 더듬지 않고(근데 한국어로 말해도 더듬는 거 실화임? 오늘도 말 제대로 못하니 대신 말해달라고 미리 납작 엎드려서 일 처리했다. 정말 한심.)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영어 회화 책이 지난주 토요일에 왔는데 목차 보면서 계획만 짜고 있는 거 진짜 등짝 한 대 때려야 한다.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제 진짜 책 펼친다. 그러니까 영어 어순은 주어+동사+목적어라고. 오케이.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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