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베이비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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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갈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이 서 있는 곳으로 노란 버스가 들어온다. 선생님이 내리고 서로 배꼽 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어 주고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언덕을 내려간다. 간혹 버스를 놓칠세라 아이를 안고 뛰는 부모도 있다. 이건 옆으로 보는 풍경이다.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아이는 칭얼칭얼. 엄마는 달래느라 바쁘다. 이건 앞에서 보는 풍경. 


저출산·고령화 시대. 합계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시대. 2075년에는 인구 소멸의 길로 들어설 거라는 암담한 예측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 물가는 오르고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걸 누구도 믿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다. 이런 곳에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하는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김의경의 소설 『헬로 베이비』는 그럼에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소한 아이가 하고 싶은 건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므로 아이가 있는 누군가들의 아침 풍경을 보기만 한다. 『헬로 베이비』는 난임병원에 다니는 문정, 정효, 혜경, 소라, 지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 시술을 선택한 그녀들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열망으로 친밀해진다.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른 그녀들은 서로의 절박함을 알기에 단톡방에서 근황을 주고받고 모임을 갖기도 한다. 


소설은 난임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시험과 시술, 인공 수정 등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헬로 베이비』만 읽어도 병원에서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난임 치료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노력과 고통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문정은 병원에서 만난 그녀들을 모아 헬로 베이비라는 단톡방을 만든다. 정보를 주고받고 위로를 나누는 곳, 헬로 베이비에 가장 오랫동안 난임병원에 다닌 정효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모두 정효를 축하해 주러 가기 위해 모이면서 소설은 반전을 선사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주체는 누구인가.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2075년 이후에도 한국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는 있다. 낳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 이후가 문제다. 제도는 뒷받침되지 않았고 편견 없는 시선은 부족하다. 


멍하니 듣는 아이 키우는 이야기. 듣다 보면 마음이 아파진다. 분명 힘이 들 거라는 예감이 있었을 텐데도 나를 낳아준 한 사람이 떠올라서.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왜 낳았냐고 화를 냈던 그때의 나를 참아준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 어쩌다 한 번은 기쁜 순간이 있는 날들이다. 간헐적인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그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혹은 나온 베이비들 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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