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근이 책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지루한 글을 누가 읽을까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록하고 글쓰기 감을 잃지 않으려는 용도이다. 감만 잃지 않고 있다. 실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조차도 책이 아닌 화면으로 긴 글을 읽는 게 귀찮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지 리뷰글에 달리는 댓글이란 협업 제안, 포스팅 알바, 건 당 5만 원, 당일 지급, 오픈 채팅 링크 등 이런 단어들로 채워진다. 


카톡으로 대뜸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오기도 한다. 믿을만한 업체라는 뜻이리라. 오는 대로 차단하고 있다. 댓글도 예전에는 지우곤 했지만 지금은 귀찮아서 안 지우고 있다. 방금 만든듯한 아이디(뜻을 알 수 없는 영어와 숫자 조합으로)로 잘 읽었습니다, 감동적입니다,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영혼 없는 댓글도 수시로 달린다. 최적화를 하기 위해서이리라. 정보를 알고 싶어 검색창에 단어를 넣으면 업체에서 제공한 사진과 멘트가 있는 바이럴 마케팅 글들이 잔뜩 뜬다. 


이런 방식이 유튜브로 넘어갔다. 염기원의 장편소설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과거 투포환 선수 지금은 공장에서 조장으로 일하는 채하나와 그의 대졸 백수 오빠 채강천 남매의 좌충우돌 살벌한 현생 이야기를 다룬다. 한심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 뒤치다꺼리 끝에 화병을 얻은 엄마, 하나의 가족 구성원은 그러하다. 어느 날 심장이 멈춘 엄마의 장례식을 끝으로 오빠 채강천은 연락 두절.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오빠를 발견한다. 


영상에서 채강천은 자신을 베스트셀러 작가, 스타트업 대표, 강사라는 타이틀로 소개하고 있었다. 딱 봐도 사기꾼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오빠 새끼를 잡으러 가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속도감 있는 문체로 태백에서 서울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흙수저지만 명랑한 하나와 금수저지만 우울한 미주, 지금은 짜깁기 기사를 쓰지만 언젠가 조중동으로 갈 거라는 포부를 가진 하연까지 황지 꼴통스 멤버들도 오빠 새끼를 잡기 위해 동참한다. 


소설의 부제는 '사기꾼들 전성시대'이다. 리뷰글에 달리는 댓글이 사기라는 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를 읽고서야 확실히 알았다. 대사기꾼들이라는 걸. 책기꾼이라고 소설은 표현한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글을 짜깁기해서 책을 낸다. 자신의 이력에 책 제목을 넣고 멘토인 척하며 강의를 다닌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야 너도 책 낼 수 있어 부추긴다.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로 데리고 간다. 


책기꾼들에게 하연도 당했다. 거금 오백만 원을 내고 책을 출판했다. 다섯 권 팔렸고 그중에 한 권은 하연이 샀다. 하나는 오빠 새끼가 스타트업 대표라고는 하지만 바지 사장에 불과하고 책기꾼과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인물 설정이 현실적이다. 투포환 선수로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을 정도로 운동을 잘했던 하나는 지금 태백에서 공장 노동자로 살아간다. 돈을 조금만 더 모으면 가스보일러가 있는 전셋집으로 이사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하나가 오빠가 아닌 오빠 새끼라고 부르는 강천은 서울에서 수상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청춘이나 그 청춘이나 서글프긴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나는 강천에게 묻는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도 질문한다.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 희망이 버려진 시대에 사는 청춘들에게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사기꾼들 특히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수익 보장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였다. 하나의 직업 설정이 그렇다. 


잠을 자면서도 일하는 꿈을 꾼다. 몇 주째 그러고 있다. 끔찍한 악몽이다. 잠이 오는데도 꿈을 꾸기 싫어서 일어난다. 이렇게 일해서 돈을 번다. 한 달에 200~300만 원 보장이라는 댓글이 웃긴다. 당일 지급이라는 건 인력사무소 시스템인데. 그나저나 주말에도 업무 카톡 오는 거 실화임? 이렇게 돈 번다. 사기꾼들 받고 예의 없는 것들 얹어서 저렇게도 사네 관망하면서 돈 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