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김지현 옮김 / 플레이타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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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슬픔』은 정지음의 『오색 찬란한 실패담』에 소개된 문장을 읽고 공감받아서 어머 이건 읽어야 해 하면서 읽었다. 몸과 다이어트에 관한 그 문장들은 실패한 다이어터의 고뇌와 참회가 담겨 있었다. 숫자를 먹는 바보. 허영을 먹는 바보.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바보. 책의 저자 멀리사 브로더는 『오늘 너무 슬픔』에서 바보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않는 정도가 온갖 것으로의 중독으로 점철된 과거를 있는 그대로 진짜 이렇게까지 할 거야 정도로 낱낱이 밝힌다. 중간에 정신줄 놓고 마구 먹어댄 1년을 제외하고는 근 10년째 다이어터와 유지어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반려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확인하다. 어떤 날은 드디어 저울이 맛이 갔구나 바꿔야지 할 정도로 납득이 가지 않는 숫자를 우에엑 토해내는 반려 저울, 미워. 


『오늘 너무 슬픔』에서는 멀리사 브로더는 의문한다.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다이어트를 했었을까. 남자였다면 그냥 그렇게 칼로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살지 않았을까. 그는 평균 이상의 몸무게로 태어난 먹보다. 엄마는 그가 뚱뚱해질까 봐 겁에 질렸고 음식을 통제했다. 멀리사는 폭식증과 거식증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키가 168센티미터인데 몸무게는 45킬로그램이었다. 


「온전하고도 깡마른 사람이 되고 싶어」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어떤가. 읽고 싶은 마음이 무한으로 치솟지 않는가. 이 에세이의 첫 문단은 '먹보다'로 종결한다. 어떤 행동을 해도 멀리사의 정체성은 먹보다. 책을 읽을 에너지조차 바닥이 났을 때 자기 전에 누워서 먹방을 본다. 보고 있으면 잠이 온다. 바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신종 자장가, 먹방. 나는 먹지 못하지만 누군가의 잘 먹음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응원한다. 


다이어트 중독 말고도 『오늘 너무 슬픔』에서는 여러 중독 이야기가 많다. 멀리사는 중독에 중독된 자신의 삶을 놓지 않았다. 트위터에 오늘너무슬픔이라는 비밀 계정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나를 말할 수 있다니. 어느 중독자는 누구나의 중독자가 되었다. 매번 나만 이런가에 시달린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내가 잘못 살고 있는가라는 '머릿속 위원회'의 비난에 몸부림치면서. 


『오늘 너무 슬픔』을 읽다 보면 그렇지 않고 우리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잘못 살고 있어서 그동안 겪은 고통과 비난은 쓸데없는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엉망이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잘 가, 미래의 예뻐질 나 자신. 중독은 나쁜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기에 멀리사는 오늘 왜 너무 슬픈지 중독이 왜 나쁜지 『오늘 너무 슬픔』에서 들려준다. 


미래의 나 자신이 예뻐질지 좋아질지 알 수 없다. 과거에 내가 있었고 현재에 내가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사실이다. 어쩌면 존재할 수도 있을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오늘 조금만 슬프기로 한다. 너무는 너무하니까 조금씩만 슬퍼하면서 그러다 슬픔이 아니게 될 때까지 나를 내일로 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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