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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워크숍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평점 :
박지영의 소설 『고독사 워크숍』을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고독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짐작했다. 맞다. 어느 정도는. 삶이라는 무게에 지친 사람들이 '심야코인세탁소'에서 보내온 '오늘부터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라고 쓰인 초대장을 받는다. 큐알코드로 접속하면 채널에 가입할 수 있다. 그곳에서 매일 고독사로 가기 위한 행위가 담긴 영상을 올린다. 워크숍 최우수 수료자에게는 고독사 지원금과 함께 어디서든 고독사 할 수 있는 고독사 프리 티켓이 주어진다.
자. 당신은 고독사 워크숍에 지원할 것인가. 고독사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적고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올린다. 다른 사람들의 고독사 영상을 보기도 해야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고독이라는 단어 뒤에 붙는 사는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死(죽을 사)가 아닌 事(일사) 혹은 史(역사사)라는 것을. 사람들이 고독하게 죽어가는(死) 이야기가 아닌 그럼에도 고독하게 살아가는(事, 史) 이야기임을. 죽어간다는 것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의 유의어가 된다.
무엇이 고독하게 죽어가고 살아가게 하는가. 자신의 성격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통장에 든 액수가? 읽고 싶지 않은 카톡이? 불친절한 누군가의 말들이? 『고독사 워크숍』은 포기나 실패에 대해 관대한 소설이다. 고독사 워크숍을 주체한 조부장은 아마추어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하던 걸 엎고 새로 시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성실한 초보자이자 아마추어를 양성하기 위해 고독사 워크숍을 연다. 출발선은 결승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 의미 있는 일을 할 것. 새해가 되면 새해가 아니더라도 어느 하루를 살다가 의미가 있다는 걸 나도 해보자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볼까 하다가 나를 먼저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 만보씩 걷거나 일기를 쓰고 영어 공부를 하는 등의 의미를 찾는 일. 『고독사 워크숍』은 세상은 이미 형편 없어진지 오래인지라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려준다. 형편없는 세상이니까 형편 없이 살 수밖에 없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으로도 생에 의무를 다하고 있다. 단종된 아이스크림에 부활 버튼을 누르고 의자를 뛰어넘고 연필을 깎는다. 죽음 예행연습을 하는 워크숍 참가자들의 행위들은 농담 같은 위로를 준다. 매일의 반복은 매일을 살아나가려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을 그들의 행위가 말해준다. 불안이 고독을 키운다. 실체가 없는 불안은 고독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 오랫동안 바깥에 나가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고독은 보인다.
아무도 빌려 가지 않는 책에서 심야의 세탁소에서 의자 바닥에서 노란 포스트잇에 쓰인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라는 문장을 발견하는 당신에게 『고독사 워크숍』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일원이 될지도 모를 당신, 매일 죄송합니다를 이제는 슬픔 없이 말하고 있을 당신에게 말이다. 죽어가지만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망연한 얼굴을 기억에 가둔 채 고독사 워크숍 채널을 개설한다.
고독사 워크숍 1일 차.
춘식이 인형을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