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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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몸무게를 잰다. 1차 다이어트 이후 요요가 왔고 다시 2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몸무게는 더디게 줄어들다가 이제는 빠르게 늘고 있다. 아침에 눈 뜬 것만으로도 힘든데 몸무게 숫자를 보면 더더욱 힘이 나질 않는다. 대체 내가 어제 먹은 게 뭐였더라. 비만도는 정상이지만 저체중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병인 것 같은데. 


이서수의 소설 『몸과 여자들』의 주인공 1983년생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른 몸 때문에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엄마와 함께 다닐 때면 친구들이 다가와 몸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반에서 제일 작다는 이유로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마르다는 이유로 관계에서 배제 당한 채 지냈다. 


그랬구나. 마르다는 것도 괴롭힘의 이유가 될 수 있었구나. 내가 그토록 동경한 마른 몸도 누군가에게는 콤플렉스로 작용했구나. 나의 보편은 일방적인 사유였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단순한 이유였다. 살이 자꾸 찌니 무릎이 아팠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러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자 집착이 생겼다. 더 말랐으면 좋겠다. 


몸무게 강박이 생겼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인이 내게 다이어트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 몸에 대해 판단을 하거나 조언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 스스로가 나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몸과 여자들』에서 '나'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몸에 대해 재고한다. 타인의 시선을 거두자 나의 시선이 남았다. 사회와 제도가 요구하는 여성 몸에 대한 조건들을 해체한다. 


소설은 1983년생 '나'와 그의 엄마 1959년생 '미복'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엄마와 딸이 들려주는 자신의 몸 이야기는 처절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원하지 않는 행위의 강요들이 딸과 엄마의 인생을 지배한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행착오가 『몸과 여자들』에 나열된다. 시선 폭력으로부터 혹은 진짜 폭력으로부터 나의 몸을 지켜가는 여정은 고통에 가깝다. 


접힌 배를 들킬까 봐 큰 옷을 입고 다녔다. 살이 어느 정도 빠진 지금도 여전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데 나만이 나를 엄격하게 바라본다. 어제 보다 몸무게가 늘었단 말이지. 이거 이거 안 되겠는데. 나를 몸으로만 바라보는 강박을 『몸과 여자들』은 버리라고 말해준다. 나는 몸이 아닌 그냥 나라는 존재로 긍정해야 한다고도. 살이 찌거나 빠지거나 상관없이 나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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