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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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과 해설,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나면 '수록 작품 발표 지면'이라는 페이지와 마주할 수 있다. 소설이 언제 쓰이고 어디에 실렸는지를 보다가 2014년과 2022년이라는 연도를 주목한다. 2014년에 두 편을 쓰고 2020과 2021년에 각각 한 편 나머지 네 편은 2022년에 쓰였다. 


2014년과 202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물음은 의미가 없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다들 한 번씩은 무너졌고 무너진 김에 일어나지 못하고 오래 울었을 거고. 누군가 혹은 각자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 앞인지 뒤인지 모르지만 일단 걸어갔을 수도 있고. 안녕한지 묻는 게 미안해 어색한 웃음을 인사 대신 나누던 시간들이었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지 못했던 거다. 써보려고 시도했고 안간힘을 다해 문장을 적어갔을 테지만 문장은 버려졌을 거라는 짐작을 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실린 소설들은 사랑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8년의 공백을 메운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슬픔에 미래를 떠올릴 수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2022년에도 여전히 가슴 아프다. 그들에게 내일이 있다는 걸 누군가가 말해주기만 했어도,라는 걱정의 마음으로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쓰였다. 


죽음이 암시되는 미래를 거부하고자 현재를 끝내기 위한 연인들이 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다가 흩어지고 부서지고 소멸되는 것이라 믿는다. 곧 힘든 시간이 지나갈 거야 막연한 믿음조차 서로에게 주지 못하자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 젊었던 시절의 자신들. 예언자의 말처럼 세계는 끝장나고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리라는 절망만을 노래처럼 들려주던 우리들이 소설에 있다. 


배가 뒤집히고 단 한 명도 그 안에서 구해내지 못 한 참혹한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지나 미래의 시간에 안착했다. 그럼에도 미래는 '이토록 평범한' 걸 그때는 짐작할 수 없었다. 짐작할 수 없어서 자꾸 울었다. 소설 속 인물은 달에 도착할 수 없어도 달에 가는 것처럼 걸을 수는 있다는 말을 듣고는 결심을 한다. 완벽한 결말은 없어도 완벽한 절망은 존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각성했기에. 「엄마 없는 아이들」의 제목을 오래 들여다 보았다. 엄마 없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알려주기에. 


사랑의 상실을 겪어내고 이별 후에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면 바다에 가지 않더라도 바다를 그리워할 수 있다면 두 번째 바람을 맞으며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과거는 지나가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시도 때도 없이 개입하며 나를 살게 한다는 걸 떠올리면 된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거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어서 그 바다에 두고 온 사랑과 슬픔을 함께하며 좋았던 추억을 자꾸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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