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일곱 조각
은모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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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면 나는 다른 곳에서 근사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도 위로가 되나. 은모든의 연작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은 그런 상상도 위로가 될 순 있겠지 걱정하면서 쓴 소설 같다. 성지, 은하, 민주 세 여성의 삶은 챕터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화한다. 영화배우였다가 자영업자였다가 회사원이었다가 전업주부로. 


할 수만 있다면 이름과 성별, 부모의 품성을 골라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죠? 한 번씩은. 복불복, 선택 못함, 무작위로 세상에 던져진 나는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삶을 소망한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니까 여기서 멈추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용기를 내는 사람에게는 박수를 쳐주면서. 검색창에 평행우주를 쳤더니 문과생으로는 겨우 이해한 건 이곳이 아닌 곳에서 같은 시간대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거라는데. 맞나.


『우주의 일곱 조각』은 평행우주가 있다고 가정하고 성지, 은하, 민주의 바뀐 삶을 그려 나간다. 육아에 지친 어느 세계에 있다가 또라이 상사 밑에서 일하는 다른 세계로 건너뛴다. 배우로 못 나가더라도 나를 미워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세계와 거절을 연습하며 하루를 탈 없이 보내길 바라는 세계로 점프 점프. 


일곱 개의 우주를 하나로 묶는 상징들이 귀엽다. 샛노란 간판을 가진 케이크집, 방정식이 적힌 티셔츠, 첩보원 역을 맡은 배우. 은모든은 각기 다른 우주에 교집합을 완성하려는 듯 공통된 설정을 넣지만 일곱 조각의 우주는 사실 하나의 우주라는 걸 강조한다. 어딜 가도 비슷한데 그래도 가볼 수 있으면 가보자고. 매일 똑같은 절망보다는 다른 형태의 절망도 있으니 만나러 가자고. 


야무지게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선택을 당한 것 같다. 당한 선택으로 여기까지 흘러와 있어 배신감을 느낀다, 삶에게. 어딜 가도 똑같을 거라는 말을 한 그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는 시간여행자였던 걸까. 어딜 가도 비슷하다는 걸 어떻게 알고 한 말일까. 현명하네. 『우주의 일곱 조각』에서 그리는 일곱 개의 삶은 결국 하나의 삶으로 모인다. 


소설은 포천 쿠키 속 애매한 문장을 거절 잘하고 맛있는 디저트 잔뜩 먹고 기회가 왔다 싶을 땐 기회가 아닌 것이니 한 발 뒤로 물러나 선택하라며 구체적으로 해석해 준다. 같지만 다를 거다. 평행우주를 믿든 안 믿든. 오늘의 우주를 사는 나는 행복해야 한다. 다른 우주를 사는 나 역시도 해피 해피 그 잡채의 삶에서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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