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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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아프다는 핑계로 주말 내내 누워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러니까 계획은 새로 산 자격증 교재를 펼치고 강의를 두어 개 듣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그런 계획이었다는. 비 오는 토요일은 온통 흐린 빛이어서 마음까지도 그 빛으로 물들었나 보다. 맥락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고 무심코 말을 던져 놓고 후회하는 월요일에서 금요일을 보내고 나는 참 한결같이 바보네, 바보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업무 때문에 전화를 할 일도 받을 일도 많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말이 짧고 혼잣말로 위장해 타인을 향한 무례한 말을 하는 이들이 꽤 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전화가 울리면 그래서 마음이 작아진다. 검색창에 전화공, 까지 쳤는데 전화 공포증이 자동 완성으로 떠서 또 놀랐다. 다들 그렇게 공포와 불안을 견디며 살고 있구나. 


정세랑의 미니 픽션 『아라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몇몇만이라도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이를 나무라지도 않고 한 밤에 산책을 하며 취객을 관찰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르니 계속 가본다는 다짐을 하는 의뭉스럽지도 꼬이지도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단 몇이라도. 


지진 난 곳이 하필 서점이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책을 읽으며 버티는 이가 있다. 정세랑의 소설을 관통하는 마음은 무한한 다정함과 한없이 너그러운 이해심이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 물어도 한숨 쉬지 않는 이가 『아라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팬데믹의 세계에서도 서로를 미워하기 보다 나의 잘못이 없나 먼저 살핀다. 짧은 소설을 모아 놓은 『아라의 소설』은 하루 종일 수화기 너머로 설명을 듣고 또 듣다 이해는커녕 오해만 하고 돌아온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친절한 사람들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이토록 가득하다. 내가 비굴할 정도로 웃음과 친절을 보이는 이유는 나 또한 그러한 웃음과 친절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지만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는 로알드 말을 기억하면서 겁먹지 말아야겠다. 상대의 친절을 바라지 않고 나의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전화를 받고 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주말에 『아라의 소설』을 겨우 읽었다. 월요일에 어깨가 덜 아프면 집에 가서 『아라의 소설』 리뷰를 써야지 했지만 젓가락으로 과자를 먹기만 했다. 소설은 아프고 힘든 현실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괜찮다. 어차피 다 죽을 거니까. 죽음이 큰 슬픔과 고난으로 느껴지던 시절은 지났다. 죽는다고 하니까 죽었다. 방법이 없었다. 다음 세계에서는 다정함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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