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마음 - 나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일하는 법에 대하여
이다혜 지음 / 빅피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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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으로 유튜브를 보려고 했다. 구독 중인 채널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기에. 그러지 않아도 씻고 나면 자이언트 춘식이 소파에 눕다시피 앉아 유튜브를 본다. 갓생. 그게 뭐냐. 이러면서. 지난달에는 자격증을 새로 딸 거라는 원대한 꿈을 꾸면서 책도 샀는데 책장에 얌전히 꽂혀 있다. 사천 원을 더 주고 제본서비스까지 신청해서 받은 책인데. 몇 장 넘겨 보고 무료 강의가 있나 살펴보고. 다시 책장으로. 


영상을 틀었을 때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영상의 내용이 끔찍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려 내렸다. 눈을 뜨고 있으면 다시 감기고. 눈이 시려서 화면을 볼 수 없다니. 왜 이러나. 죽을 때가 된 건가. 방정맞은 생각 끝에 사무실 천장에 전등이 너무 많구나. 눈에 안 좋다는 청색광 전등이 알알이 박혀 있구나 원인을 찾았다. 원인을 찾았으니 해결 방법은… ….


그건 좀 곤란하다는 결론. 아직 적금 기간이 30개월이나 남았거든. 그날 저녁에는 눈을 감고 소리만을 들었다. 그러고 있으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그저 호들갑을 떠는지. 이다혜의 『퇴근길의 마음』을 읽으면 그러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일단 퇴근부터 잘해야 하는데. 요즘의 나는. 


정시 퇴근을 한 게 몇 번 되지 않는다. 어떤 주에는 내내 야근. 어떤 주에는 한 번 정도의 정시 퇴근. 내가 이러려고 힘들게 학원 다니고 자격증 따고 그랬나는 자괴감이. 『퇴근길의 마음』에서 강조하는 건 나를 잃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을 할 때의 마음 실수했을 때의 대처 인간관계의 원칙. 내가 있어야 일이 있지 일이 있어야 내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메모를 하는 방법, 업무 메일을 쓰는 요령 실무적인 부분에서부터 일이 끝나고 난 뒤의 마음 챙김 지침까지 알려준다. 


갓생은 개뿔 현생조차 사는 게 쉽지 않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미라클 모닝. 대신 갓생 사는 이들이 부지런히 찍어서 올린 브이로그를 본다. 그마저도 보다가 빈정이 상해서 끈다. 사람이 어려우면 모든 걸 자기식대로 받아들인다. 책의 어느 문장이 자신의 상황에 부합하면 힘을 얻어 그대로 실천한다. 『퇴근길의 마음』에서는 '나를 해치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없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예전에는 버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버틴 게 아니었다. 버틸만해서 버틴 거다. 지금의 나는 퇴근부터 잘하자라고 계속 말해주어야 한다. 손이 포동포동한 친구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올라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동네 핵인싸 강아지를 부르는 퇴근길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퇴근길의 내 마음은 눈을 뜨고 좋아하는 채널의 영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 눈이 시린 청색광 밑에서는 여섯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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