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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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처럼 쓰인 이주란의 소설을 읽다 보니 어떤 글이든 지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의 나』의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이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모임에서 만난 언니와 함께 사는 88년생의 유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유리는 언니 방문 앞에 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보고 안심한다. '누군가 언니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는 사실에. 


하루는 괜찮은 일과 괜찮지 않은 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괜찮은 일이 하나면 괜찮지 않은 일이 아홉이 되어 이상한 균형이 맞춰진다. 하나의 괜찮은 일이 힘을 발휘하여 아홉의 괜찮지 않은 일을 무찌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떤 하루는 괜찮고 어떤 하루는 힘이 든다. 『어느 날의 나』 속의 하루들은 그럭저럭의 힘으로 괜찮다. 


휴무에는 할머니랑 살았던 동네에 가는 유리. 두유와 과자를 사서 동네 할머니에게 주기도 하고 전기계량기 속 숫자를 보고 주인집 아줌마에게 알려준다. 문을 두드리는 게 예의 없는 것 같다고 무작정 기다리는 아줌마를 위해서. 그런 휴무를 지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월세를 내고 밥을 사 먹는다. 동네 친구 재한 씨와는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쓰는 게 처음엔 살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좋아서 쓴다고 유리는 말한다. 어떤 마음이 되면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는 걸 포기하는 게 쉬울 수도 있는데 유리는 어떤 마음을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심심한 소설이네. 아무 사건도 긴장도 없어 나의 하루를 그대로 적은 것 같은 이야기네. 주 5일이 아닌 주 4일만 일해도 적금 넣고 공과금 내고 고민 없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하는 하루. 


어느 날의 나는 모욕을 당해놓고도 다른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 염려하는 멍청한 짓을 했고 그대로 집에 돌아와 잠이 올 때까지 SF 요소가 살짝 가미된 드라마를 잠이 오기 전까지 보면서 진짜로 드라마 속 현실이 재현되면 아싸, 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공상하는, 그런 시간 속의 나였다. 『어느 날의 나』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언니의 동생은 냉동실에 한참이나 있었을 음식을 선심 쓰듯 주고 간다. 언니는 미련 없이 음식을 버린다. 생각을 하지만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 했을 때 쾌감을 느끼지 않은가. 동네 산책을 위해 가벼운 운동화를 살 생각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하고 대학원 원서를 넣었다는 언니의 말에 오늘의 괜찮음이 내일로 연장된다. 모르는 사람이 아닌 아는 사람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하루는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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