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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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한적하다. 길을 나서면 차보다 고양이들이 더 많이 보인다. 동네 강아지 두 마리와 친해져서 안 보이면 내가 마음대로 붙인 이름을 불러본다. 가끔 기적처럼 내가 부르는 소리에 강아지가 멀리서 다가온다(나도 참 한심. 이런 걸 기적이라고 부르다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집으로 걸어올라 온다. 자주 가는 편의점에는 어미가 버리고 간 고양이, 길에서 구조한 아픈 고양이가 상자 속에서 잠들어 있다. 처음 보는 고양이가 있으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우유를 사면서 물어본다.


여기는 어디일까. 모두들 일찍 잠이 드는 것 같고 저녁 7시가 되면 신호등의 불이 꺼진다. 어쩌다 산비탈에 있는 곳에 집을 구해서 살고 있을까. 차가 없어 장을 보면 이고 지고 올라온다.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 듯.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곳에 살고 싶다는 염원이 저 푸른 하늘에 닿은 듯. 경사가 높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좋다, 만족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심이 없는 곳.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무코다 이발소』의 배경은 쇠락하고 재정이 파탄 난 홋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이다. 과거에는 탄광이 있어 인구수도 많고 번성했지만 에너지 정책이 바뀐 탓에 인구 절벽인 상태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대부분 노인들이 남아있다. 그곳에 야스히코가 운영하는 무코다 이발소가 있다. 야스히코 역시 젊은 시절에는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아버가 편찮으셔서 장남인 그가 도마자와로 돌아와 가업을 잇게 되었다.


손님은 많지 않다. 단골이 있어 월 매출은 일정하다. 시골 동네에서 이발소를 하며 아내와 별일 없이 지내는 야스히코. 어느 날 그의 장남인 가즈마사가 회사 생활을 접고 도마자와로 돌아와 무코다 이발소를 물려받겠다고 한다. 딱히 아들에게 가업의 중요성을 설파하지도 않았는데. 야스히코는 가즈마사의 선택이 어리둥절하지만 특유의 부드럽고 이해심 많은 성격으로 그러려니 한다. 조용한 동네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무코다 이발소』.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해 의기소침해하고 마을에 새로운 사람이 오자 흥분하고 영화 촬영팀이 오면서 조용하던 겨울 풍경이 바뀐다. 사람들이 적다고 하나 마을은 마을인 법. 소란이 생기면 남의 말을 잘 듣고 험담을 하지 않는 성격의 야스히코가 중재자가 된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쁜 것 없고 사소한 일에도 즐거움을 표하는 느리고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 때문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을 노래처럼 중얼거린다. 음소거를 한 채 밖에서 나를 보고 있으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겠다. 왜 저렇게 종종거리고 다니나. 그래봐야 받는 건 최저시급 정도의 돈인데. 아침에 일어나면 주문을 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자. 억지로 애쓰지 말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고. 그렇게 되뇌어도 일이 안되면 당황하고 허둥지둥한다. 한숨을 푹푹 쉬고 표정은 썩어 있다.


무코다 이발소에서 마주한 풍경. 서로를 아껴주고 잘못이 있으면 알려준다.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인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사는 건 힘이 들지만 살아가려면 힘을 내야 한다. 애써서 힘을 내는 일. 나를 미워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야 타인을 대하는 마음이 공손해진다. 도마자와 면은 여전히 조용하겠지만 그곳에는 서로를 아껴주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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