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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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저쨌거나 뉴스는 안 보고 있다. 다시 뉴스를 볼까 하다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막 뉴스는 가끔 본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틀어준다. 그곳에는 트럭에 실린 소주 병과 맥주병이 쏟아지면 시민들이 출동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유리조각을 치우고 사라진다. 이상한 세계에 이상한 사람들이 묵묵한 얼굴로 살고 있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알아야 하기에 뉴스 대신 책을 읽는다. 뉴스는 아직 힘들다. 김누리의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다룬다. 교육, 사회, 정치, 문화, 역사. 코로나19가 불러온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 숨기고 싶은 어두운 얼굴을 한 낮에 마주 봐야 했다. 더럽고 냄새나서 외면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섣부른 희망이나 그렇다고 대놓고 절망스러움에 대해 논하기에도 섣부른 시대를 살고 있다. 그저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을 말하는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시대.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희망이 없다고 해서 절망의 편에 손을 들어주지는 말자는 쪽이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와 싸우는 동안 정작 본질을 망각했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치의 민주주의도 일상의 민주주의도 실패했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감히 그렇게 말한다. 불의와 타협하는 대신 좀 더 쉬운 길로 누군가의 절망은 외면하는 길로 민주주의는 붕괴되었다. 공공연한 자리에서(이제 나는 이것마저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치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본인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잘못은 숨기려 드는 야만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교육은 가진 자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대학이 가진 문제점과 학벌 계급사회를 비판한다. 독일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일체를 지원한다. 대학의 서열은 없고 누구나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남의 나라 정책을 부러워만 해서는 안된다.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말. 누구도 함부로 삶을 포기하지 말자는 격려처럼 들렸다. 낮은 출산율에 비해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를 통해서 잠깐 걱정해 본다. 나머지 시간에는 나의 내일을 고민해야 하므로. 계속 나빠지고 형편 없어질 것 같지만 이제는 뉴스를 보는 것으로. 방관자보다는 목격자로 살아남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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