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마스크 - 코로나 미니픽션 짧아도 괜찮아 7
박사랑 외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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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에게 이상한 유머를 하면서 나 혼자 웃고 있었겠지. 여전히. 웃기지? 웃기지 않아? 안 웃어도 된다. 나만 웃으면 되지. 배를 잡고. 깔깔깔. 시험 기간에는 주말에도 출근해 초과 수당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일하고 있었겠지.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이 있고 다시 좋은 날. 다들 그렇겠지만 산다는 건 답 없는 문제를 매일 받아들고서 끙끙대는 거 아니겠어. 이 문제만 풀면 되겠지. 희미한 희망을 품고서. 


출판사 걷는사람에서 나온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일곱 번째 소설집 『마스크 마스크』의 주제는 '코로나19'이다. 2019년에 최초 발견된 바이러스이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 1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졌다. 기억하시는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공공장소에서 재채기도 조심스럽게 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의식적으로 가지 않았다. 불안불안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견디는 힘은 그것이었다.


연일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거리 두기가 확대되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직장이 문을 닫았다. 교과서에 나와서 가르친 용어인 재사회화를 내가 하고 있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마스크를 쓰고 반 년 가까이 수업을 들었다. 가르치던 입장에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앞으로 더 겸손하고 예의 있게 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지사지. 


『마스크 마스크』는 일곱 명의 작가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책이다. 교실이 아닌 각자의 집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고3 아이들이 있고 마스크를 쓴 탓에 안 그래도 무서운 밤에 괴한인 줄 착각해 혼자 스릴러물을 찍는 여성이 있다. 생활비에는 위생과 방역용품비가 추가되었고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방과 방 사이에서 불안한 하루를 사는 가족이 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기발한 여행 상품을 내놓아 불황을 극복하려는 사람까지. 


언제쯤이면 좋아질까.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암담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거리 두기를 지키며 더워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기에 『마스크 마스크』는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책이다. 너무 늦지 않게 와줘서 고마웠다. 코로나에 걸린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모습으로 감염병을 이겨냈을까. 궁금했다. 원룸에 사는 이들은 쓰레기 처리가 고민이었겠구나 책을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비대면으로 생활이 전환됐기에 배달 수요가 늘어났다.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잃어도 생계는 이어가야 했기에 『마스크 마스크』 속 가족들은 배달업에 뛰어든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코로나에 걸려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미각과 후각을 잃었을까 봐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까나리 액젓을 먹인다. 웃으면 안 되는데 극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미소가 지어졌다. 웃음, 미소, 폭소, 배를 그러앉고 넘어지는 포복절도.


3차 백신까지 맞았지만 불안쟁이는 그래도 불안해서 여름휴가를 집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이렇게 쓰면 코로나 전에는 여기저기 신나게 놀러 다닌 줄 알겠지만 여름과 가을, 겨울, 봄 그러니까 사계절 내내 집에만 있는 나의 정체는 집순이. 누군가의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슬프겠지만 누군가의 오늘은 코로나 덕분에 괜찮을 수도 있다. 슬프다가 괜찮다가. 딱히 코로나가 아니어도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전부 괜찮을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괜찮다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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