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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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다이어터.


얼마 전까지는 유지어터.


지금은.


입이 터져버렸다. 나의 의지는 의지가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마트에 가면 과자 코너를 좀비처럼 서성거린다. 어떤 날은 과자만 샀다. 주말에 뭘 좀 해먹을 거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실패. 매일 아침마다 몸무게를 잰다. 기부니가 나쁘다. 작년까지는 안 먹는 대로 살이 빠졌는데 올해부터는 다르다. 물만 먹어도 찐다는 게 비유가 아니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똑땅해.


KBS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빼고파》를 보고 있다. 먹을 거 먹으면서 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좋아하는 유튜버 일주어터 님이 나오기도 해서. 보면서 느낀 건 다이어트도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나 같은 한심한 게으름뱅이, 이불과 한 몸은 엄두도 못 내겠다. 적게 먹는 걸로 뺄 수밖에. 입어 터져 버려서 적게 먹지도 않아 오늘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다.


포기할까. 그냥 되는대로 살까. 권여름의 장편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의 배경은 유리 단식원이다. 살 때문에 큰 몸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은 여자들이 그곳에 모인다. 소설은 유튜브 프로그램 Y의 마지막 다이어트에 참가하는 운남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단식원 코치인 봉희는 운남이 무언갈 먹고 토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남다른 의지력으로 단식원에서 꾸준하게 체중을 감량하고 있던 운남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봉희는 운남의 방에서 찾아낸 손톱깎이 세트를 단서로 운남을 찾아 나선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에는 단순히 큰 몸 때문에 원하는 걸 얻지 못하고 좌절감을 맛본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리 단식원 1기였던 봉희는 공부를 잘했음에도 취업을 하지 못했다. 운남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배척 당했다.


유리 단식원은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봉희는 그 말을 믿고 따르며 코치로 일을 했다. 운남이 사라지고 단식원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봉희. 다이어트의 목적이 무엇일까. 날씬해지기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왜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걸까. 밤마다 무얼 먹고 자니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안 되겠구나. 내 무릎.


건강해지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덧 강박이 되어 버렸다. 매일 몸무게를 재고 달력에 적는다. 숫자에 불과할 뿐인데 숫자 몇 개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행복하지 않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운남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가 밝혀진다. 지금부터 잘 생각해 보자.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평생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몸이란 과연 내 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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