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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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도 아닌데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좋고 기쁘고 마구 들떴다. 귀여운 케이크 상자를 들고 오는 동안. 이런 게 소확행이지. 사는 거 별거 있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일. 농담을 하면 기꺼이 웃어주는 일. 편의점에 가서 신상 과자를 고르는 일. 가구 배치를 바꾸고 뿌듯해하는 일. 두툼한 단풍잎 닮은 손을 잡고 동네 핵인싸 강아지를 찾으러 다는 일.


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를 읽는 일까지. 사실 알고 보면 웃을 일이 천지다. 한숨 쉬지 않는 하루. 그거면 된다. 단순한 그림체에 글이 많지 않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으면서 보내는 하루까지 더해지면 괜찮다. 괜찮지 않을 일도. 다 읽고 나면 괜찮지 않을 일이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결혼하지 않은 마흔 살의 딸 히토미와 정년퇴직하고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 시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즐기는 아내 노리에.


세 식구의 사랑스러운 일상에는 걱정이 없다. 히토미가 결혼하지 않은 일까지도 웃음으로 넘긴다. 잔소리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계속 같이 살고 싶어 한다. 일을 놓지 않는 히토미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시로 씨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필리핀 문화를 익히는 의욕을 불태운다. 제목처럼 시로 씨 가족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행복을 느낀다.


눈을 떠도 어두울 때가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으로.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절망에 빠졌다. 좋은 걸 보고도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했다. 그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다정한 친구와의 이야기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리에서 카페에서.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려준다. 뻔하지만 그건 사랑하고 다정한 이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있다고 말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면서 달콤한 디저트를 나눠 먹으면서 수다를 떤다. 어째 세상이 망할 것 같다. 그날 이후 트라우마 와서 뉴스를 못 보고 있다. 안 보는 게 아닌.


그전까진 행복하게 살련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나오면 바로 사고. 일 끝나고 단골 카페에 가서 음료 마시고. 귀여운 캐릭터를 모으고. 며칠 전에 월급을 받았다. 작고 소중한 내 월급. 잠깐 스쳐 가신 귀한 분. 겨우 깨달았다. 돈이 전부가 아니고 전부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걸. 누군가 나를 우습게 여기게 놔둬서도 안 된다는걸. 불안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맥락도 없는 말을 하다 보면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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