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을 땐 고양이
마스다 미리 지음,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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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하면 몇 가지의 일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많지 않았던 기억 가운데에서 말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문 앞에 고양이가 죽어 있었다. 놀라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 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른들이 치웠겠지. 또 어떤날이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던 거겠지. 밤에 집으로 들어갔더니 고양이들이 안방을 점령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던 눈.


쓰레기를 내놓으면 봉투를 뜯어 놓았고 아이가 우는 걸까 나가보면 고양이들이 있었다. 이렇듯 무섭고 겁나는 기억뿐이다. 지금이야 최애 캐릭터가 고양이인 춘식이고 편의점에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고양이들을 만나는 것이어서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편의점 고양이가 다가오면 두렵지 않은 척 쓰다듬어 주기까지 한다. 윗집에 사는 고양이는 화장실에서 자주 운다. 고요한 새벽이면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왜 안 자고 있니.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 나와서 그것만 살까 하다가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이 함께 산 책 목록에 『생각이 많을 땐 고양이』가 있었다. 요즘 모으고 있는 유리컵도 준다기에 함께 샀다. 제목대로 생각이 많을 땐 이 책이 딱이다. 읽어보면 안다. 두 컷 만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다들 생각이 많죠? 나만 그런 거 아니죠? 갓짱이라 불리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마스다 미리의 글과 히라사와 잇페이의 그림이 만나서 묘한 감동을 준다. 인생 아니 묘생을 보면서 인생을 반성한다. 내가 사는 곳은 고양이가 많다. 낮에도 밤에도 그 애들은 자주 출몰한다. 시골이라서 그런가 보다 웃으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고양이를 자주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 보인다. 가게 앞에 고양이 전용 물그릇과 밥그릇이 있다, 있다. 그것도 여러 군데. 내가 사는 이 동네는 고양이 친화적인 곳이구나.


오늘의 갓짱은 매일 다른 풍경을 본다. 꽃이 피고 그네가 흔들리고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들. 누가 키우는 건 아닌 것 같다.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그날 그날 본 걸 우리에게 들려준다. 갓짱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쉽게 쉽게 느껴져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갓짱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마주한다. 생각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갓짱은 자주 무서운 공상에 빠지지만 나 역시 쓸데없는 상상을 하면서 불안을 키우지 않았던가. 고양이나 인간이나 똑같네. 안심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런 사람이라면 더더욱 한 번쯤 읽어보면서 웃어보라고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많을 땐 고양이』는. 집중하기 힘들어도 괜찮다. 두 컷 만화를 보고 유튜브를 봐도 되고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어도 된다. 그러다 다시 갓짱의 두 컷 만화의 세계로. 속상할 땐 고양이, 울고 싶을 땐 고양이, 웃고 싶을 땐 고양이. 갓짱에게라면 나의 모든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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