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고양이와 우리 창비청소년문학 87
최양선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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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편의점에는 동물들이 산다. 계산대 뒤 쪽에 마련된 공간에 고양이들이 있다. 조그만 캣타워와 방석이 있다. 그 위에 한 마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대부분 자고 있다.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갈색 고양이가 다가왔다. 다가오니까 무서워하면서도 안 그런 척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알았다. 고양이의 혀가 까칠하다는걸.


집 앞 상가 건물 도로에는 늘 두 마리의 개가 있다. 한 마리는 흰둥이 한 마리는 누렁이. 흰둥이는 대부분 퍼질러져 있고 누렁이는 다가왔다. 다가오니까 무서워하면서도 안 그런 척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쯤에서 눈치챘겠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내게 다가오면 피하지 않는다. 선의와 악의를 구분하지 못해 애를 먹지만 다가오면 반갑다.


동네 초등학생 덕분에 알게 되었다. 누렁이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는데 길 가던 초등학생 둘이 다가왔다. 과자를 손에 든 채로 누렁이를 만졌다. 그러면서 알려 주었다. 누렁이의 이름은 누룽지라고. 여기 목줄에도 쓰여있지 않냐고. 진짜 그랬다. 목줄에 누룽지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여기 편의점 강아지예요. 저기 흰 강아지는 반찬집 강아지고요.


동네 사정에 밝은 초등학생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편의점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임보 중이란다. 임시보호. 얼마 전에 한 마리가 입양을 갔고 나머지는 기다리고 있다고. 자식. 편의점에 무진장 많이 갔나 보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보면 그 편의점 안에는 초등학생들로 가득했다. 녀석들도 나처럼 고양이들을 보러 가는 거였구나 짐작한다.


편의점 입구에는 상자가 놓여 있다. 고양이들의 집. 한 마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털은 숭숭 빠져 있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질질. 어디가 아픈 걸까. 그런데도 바깥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최양선의 소설 『별과 고양이와 우리』의 주인공 유린은 혼자 살면서도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준다.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던 그 애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난방 용품이라곤 전기장판 하나 달랑 있는 옥탑방에서 산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먼저 세민의 이야기가 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아들 세민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원한다. 그 바람대로 되고 싶지만 어느 날부터 피아노만 치면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 자신을 연주자로 만들기 위해 알바하는 누나도 내보냈는데. 그리고 지우의 이야기. 공부를 잘하는 지우. 망원경이 있는 언니 방에 들어가 별을 본다. 언니가 남겨 놓은 물건들 틈에서 별자리 이야기가 담긴 공책을 발견한다. 여든여덟 개의 별자리. 하늘을 바라보며 언니를 그리워한다.


세민, 지우, 유린은 별자리 음악 캠프에서 만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어 주는 게임에서 세민은 지우의 별이 된다. 지우는 유린의 별이 되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유린은 지우를 지켜보고 지우는 세민을 지켜본다. 편지를 전해주면서 서로를 알아 간다. 고민 많은 열여덟은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면서 친구가 된다. 내가 가장 마음이 쓰인 친구는 유린이었다.


자기 먹을 것도 못 사면서 고양이들의 사료를 사고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유린. 도움을 요청할 어른이 없는 유린. 『별과 고양이와 우리』는 세 아이들의 성장담이다. 쉽게 쉽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보여주는 시기라서. 머뭇거림이 있지만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면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나이라서. 부럽고 애틋했다. 『별과 고양이와 우리』를 읽으면서 편의점에 있는 고양이들을 떠올렸다. 내게 먼저 다가온 아이는 한 쪽 눈이 아팠다.


다친 거겠지. 차마 왜 한 쪽 눈이 없는지 물어보지는 못하고 짐작만 한다. 내가 걸어가는 걸 유심히 보던 아이는 털이 빠지고 침을 흘리고 있고. 어딘가에서 상처를 받고 어떤 우연에 의해 편의점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세민, 지우, 유린이 친구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려는 모습처럼 다친 고양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 많은 주인과 간식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


제목에 '우리'라는 단어가 있어서 근사했다. 나와 너로만 존재하는 세계가 있었다. 왜 나와 너는 우리가 될 수 없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포기한 순간이 떠올랐다. 현실에서의 포기가 소설에서는 극복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너희들은 앞으로 우리라고 말하겠지. 그거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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