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총총 시리즈
이슬아.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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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보다는 오해가 쉬운 세상에서 이들의 오해는 아름다워 보인다. 이슬아, 남궁인 작가가 서로를 향해 주고받은 편지로 묶인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길에서 읽었다.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 둘은 어쩌다 편지를 쓰게 된 걸까. 말로는 하지 못할 이야기를 글로 나눈다. 말이 쉬운가. 글이 쉬운가. 둘 다 어렵다면 차라리 글로 나누는 게 감정적인 소모가 덜 할 거다.


아닌가. 귀가 뜨거울 정도로 전화를 하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는 게 더 쉬운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그 둘은 말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쓰고 고치는 걸 선택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을 이슬아 작가는 마지막에 해소해 주었다. 편지의 목적. 남궁인 작가는 편지란 상대를 궁금해하다가 나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결국 나에 대해 말하고 싶어 쓰는 글. 예의상 초반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묻다가 현 상황에 처해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한탄으로 바뀌는 글. 편지. 이슬아 작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상대를 내내 궁금해하는 것. 질문하고 상대의 잘못을 알려주고 선물을 해준다. 편지란 너의 안부를 내가 이렇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고.


세상이 점점 좋아질 거라는 믿음은 애초에 없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는 했다. 나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닐 거야. 어라. 전부 나쁘잖아. 라고 생각하는 일의 반복. 책으로 세상을 배운 자의 말로다. 이게.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읍사무소로 갔다.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평일인데. 날씨도 좋은데. 공휴일이 아닌데. 대체 어쩌자고 이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겠다고 줄을 서 있는 건가.


님들. 일 안 하세요? 나만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만 놀아야 하는데. 인구밀도가 낮기로 유명한 도시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서 무언갈하다니.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오네요. 이왕 기다릴 거 책이나 읽자. 혹시 몰라 가지고 간(혹시, 만약에 라는 가정법을 사랑한 나머지 나의 가방은 늘 무겁다.) 전자책 리더기의 전원을 켰다. 아침에도 읽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나는 앞으로 전진.


그래서 이슬아, 남궁인 작가는 친해졌을까. 계약 조건에 의해 편지를 주고받고 서로 서로 원고를 얼마나 썼나 세어보고. 일로 만난 사이는 일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슬아 작가는 쓴다. 우리는 변하고 싶어서 계속 글을 쓰는 것이라고. 어떤 이들은 글을 쓰고 어떤 이들은 좋은 날에 줄을 서서 투표를 한다. 도장을 찍는 손이 떨리고 인주가 말라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호호 불지는 못하고 손바람을 일으켜 말리고. 살짝 반으로 접어서 투표함에 넣는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오해로 가득한 책이다. 서로를 알기 위해서 쓴 글은 오해를 낳고 오해를 정정하고 그러느라 다시 오해를 한다. 네가 잘 쓰나. 내가 잘 쓰나. 배틀이라도 하는 건가 오해를 하면서 읽었는데 그건 의미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친절한 사람들이 나누는 오해는 친절하고 싶어 애쓰는 누구라도 읽으면 도움이 될 정도로 그들의 오해는 유익하다. 오해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니까.


살다 보니 오해를 자주 한다. 오해를 풀고 싶은 상대가 있고 에라 모르겠다 손절이다 하면서 지지를 칠 때가 있다.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은 듯. 현실에서 그들이 어떻게 오해를 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대신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의 안에서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일견 쿨한 태도로 서로를 향한 오해를 풀어간다. 현피를 할만한 오해의 양을 쌓은 건 아니라서 몸과 정신의 건강을 걱정해 주면서 마무리를 한다.


실패에 대한 남궁인 작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일은 사실 실패이며 매번 우리는 실패한다는. 실패란 게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었다. 인생은 스포츠 경기와는 달라서 승패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는다. 이겼다, 졌다의 구분이 없다. 맞고 틀리고의 차이가 존재할 뿐. 내 기준에서 맞는 걸 선택하면 된다. 기준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변하기 위해 글을 쓰고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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