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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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유코의 『달콤한 숨결』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읽으면서 일요일을 즐겼다. 오후만 남은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천장을 보면서 아,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 그러곤 머리맡에 놓아둔 전자책 리더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한 여성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장면으로 『달콤한 숨결』은 시작한다. 좋아. 시작해 보자.


꼬박 누워서 세 시간을 읽었다. 이야기는 두 개로 나뉜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 다카무라 후미에의 이야기.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하타와 나쓰키의 이야기. 각각의 사건은 후반부에 가면서 하나로 모아진다. 후미에는 마트 전단지를 보면서 싼 물품을 찾는 게 하루 일과이다. 남편 혼자 돈을 벌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아서 옷 한 벌 사는 것도 고민이다. 결혼하기 전과 달라진 몸 역시.


빠듯한 생활비를 걱정하는 하루지만 후미에는 각종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기쁨을 찾는다. 어느 날 디너쇼에 당첨되면서 후미에의 인생이 달라진다. 디너쇼가 끝나고 동창인 가즈코를 만난다. 기억에는 없지만 동창이라고 반갑게 다가오는 가즈코와 이야기를 나눈다. 가즈코는 후미에를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한다. 그곳에서 후미에는 가즈코의 제안을 듣는다.


화장품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안. 후미에는 놀란다. 자신은 살이 찌고 자신감도 약해진 상태다. 이런 몰골로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다. 가즈코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후미에는 예쁜 외모로 인기 쟁이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조금만 관리를 한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부추긴다. 후미에는 급하게 살을 빼고 결혼하기 전의 시절로 돌아간다. 얼굴에 흉이 있는 가즈코 대신 후미에는 대표를 맡아 화장품 설명회 강연을 하면서 회원을 늘려 나간다.


가마쿠라 별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남자가 흉기에 맞아 죽었다. 형사 하타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조사를 끝내고 수사팀을 꾸린다. 그의 파트너는 나쓰키라는 젊은 여자 형사였다. 하타는 예전에 여자 형사와 파트너를 이룬 적이 있었다. 수사 기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나무라는 말투가 될 때가 있었는데 파트너는 차 안에서 울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힘들게 됐다고 생각한다. 사건을 해결할수록 나쓰키의 총명함과 기민함이 돋보인다.


『달콤한 숨결』은 별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한 축으로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간다. 이야기기 진행될수록 반전이 펼쳐진다. 제발 일요일이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예뻐지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남의 이목을 끌고 싶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달콤한 숨결』에 들어 있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개성 강한 성격의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데 그중에 나는 나쓰키가 매력적이었다.


자신의 소신대로 묵묵히 일을 하는 나쓰키. 예의를 갖추면서도 할 말은 한다. 눈치가 빨라 일처리가 능하다. 남성 세계인 경찰 안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 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이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이름을 되뇌는 장면. 이제부터 나는 나를 위하고 지키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야겠다. 후회는 하지 말고. 그때의 결정을. 『달콤한 숨결』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느리지만 슬프지 않은 내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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