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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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 김중혁이니까 샀다. 굿즈 받고 싶은 마음에 신간 목록을 보다가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라는 제목의 책을 보았다. 참 나 뭐야. 하고 스크롤을 내리다가 저자 이름을 봤다. 뭐야. 김중혁이잖아. 왜 그랬지? 하면서 책 정보 클릭. 도대체 뭔데, 띠지에는 '북유럽, 대화의 희열 MC 김중혁'이라고 적혀 있었다. '2022 필독서'라고도.


그건 누가 정한 건데. 계속 의문형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 번 애정 한 작가는 평생 애정 한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간혹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에이 별로네 하는 작가가 있어 그 후로 책을 사지 않는 경우 빼고는 쭉 애정하고 지지한다. 귀여운 유리컵과 함께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가 왔다.


다시 제목을 보니 괜찮았다. '딱'이라는 부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명사 하루 뒤에 붙은 조사 '만'도. 오늘 하루 잘 살아볼까보다는 오늘 하루만 딱 잘 살아볼까는 어제는 꽝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어떻게든 괜찮아져 보자는 격려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김중혁의 소설 『좀비들』을 좋아한다. 2000년대 들어서 유일하게 두 번 읽은 한국 소설이었다. 뭐든 나쁘게만 보지 않으려는 착한 시선이 담긴 소설이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사용 설명서가 따로 있는 책이다.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며 일상을 바꿔보자고 한다. 첫 번째 사용법에는 꼭 책을 사서 읽으란다. 사서 읽었으니까 이건 통과. 차례는 꼼꼼하게 읽지 말고 제시된 방법을 따라 해보라고 한다. 술술 읽히는 바람에 누운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청개구리 같은 나 같은 독자도 있어야 빨리 읽고 리뷰를 써서 검색하면 책이 나오겠지. 한 번 쭉 읽고 눈에 띄는 곳에 책을 놓아두고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고 책의 제안대로 따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에서 소개한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기 시작했고 쓸까 말까 한 가계부도 써보기로 했다. 혹시 아나. 가계부를 쓰면 절약을 해서 부자가 될지.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김중혁 표 자기 계발서다. ~보자로 쓰인 제안은 크게 어렵지 않다. 가구를 바꿔보고 하루의 기분 그래프를 그려 보라고 한다. 창의력을 기르고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큰 도움까지는 아니고 소소하게나마 기분 전환이 된다. 돈 드는 건 별로 없다. 무엇이든 외우고 집 안에 핸드폰 금지 구역을 만들어 보자고 하니까.


잠을 자고 일어난 하루가 굉장한 기쁨이라는 걸 잊고 산다. 당연하게 눈을 뜨고 왜 눈 뜬 건데 짜증 나 이러고 산다. 길을 걷다가 앞에서 파마한 단발머리 할머니를 만날 때 아연해진다. 일하러 가는 길이니까 속으로 욕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10년만 더 살면 좋겠다고 말한 엄마가 떠올라서. 바보 같은 생각을 한 나를 꾸짖어 주러 온 건 아닐까 할 정도의 닮은 꼴의 할머니를 만나고서야 생각을 고쳐먹는다.


소중한 하루다. 감정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고 일기에 오늘 하루도 참 재미있었다를 쓰기 위해 애를 써보자. 하루'만'이 모이면 하루'도'가 된다,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그렇게 되기 위한 제안서다. 김중혁의 어떤 마음이 이 책을 쓰게 했을까를 짐작해 본다. 책을 읽는 동안 소설가 김중혁이 아닌 일상인 김중혁을 떠올려 보았다. 신나게 사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어둡고 불안하고 무서워서 숨을 쉬기 힘든 지경까지만 가지 않으면 된다.


책을 펼치자마자 놀랐어요. 사인이 되어 있기에. 인쇄한 사인이 아니라서 더 놀랐어요. 미지의 독자를 상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겠지요. 그 누군가 모든 제안 중에 하나만이라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 아니었을는지요. 일단 저는 영화를 보고 가계부를 쓰면서 힘을 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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