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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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여행 산문집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의 뒷부분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귀여움으로 가득 찬 산문집의 대미를 장식할 귀여움 끝판왕이 등장하니까.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떠난 핀란드 여행이라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마스다 미리는 핀란드로 여행을 떠났다.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첫 여행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떠난 듯했다.


아마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나저나 부럽다. 생각하고 싶어서 한 일이 여행이라니. 요즘 나는 생각이 다시 많아졌다. 불안, 초조, 걱정하는 병이 도졌다. 잘 안되면 어떡 하지로 시작해서 실수하면 안 되는데, 결국 실수해서 한 소리 들었 네로 하지만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마치 내가 한 일처럼 오해를 사서 결국엔 죄송합니다를 말해버렸다.


이런 자책감으로 몸부림치는 며칠이었다. 다 털어내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쉬어야지 했지만 자면서도 그 상황에서 바보처럼 아무 말도 못 한 내가 꿈에 그대로 나왔다. 손해 좀 보고 살면 어때. 아무리 이런 생각을 해도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후회만 가득이다. (이러면 안 되지만. 그만두고 싶었다. 나이 들어 어디 받아줄 데도 마땅치 않다는 거 아는데.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나. 살면 얼마나 산다고. 회의감이 몰려왔던 것이다.)


다행히 잘 참아냈다. 다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고 말은 했다. 자기 일이 아니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신경한지라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어서 다시 한번 상처를 받고야 말았다. 이런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여행 일정을 짠단 말이지. 우리의 공감 요정 마스다 미리 언니는.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은 같은 곳을 세 번 가는 일정이다.


작년에 묵었던 숙소에 묵고 그때는 일정을 잘못 짜서 보지 못했던 곳을 다시 한번 가는 식이다. 그게 좋았다. 새로운 곳도 좋지만 일상을 떠나왔지만 일상과 이어진 느낌을 받기 위해 익숙한 곳에 머무는 여행. 마스다 미리는 핀란드의 명물인 시나몬롤과 결국엔 사랑에 빠졌다. 서점에 자리 잡은 카페에 가서 활발한 점원의 몸짓에 감탄하며 커피와 빵을 먹는다.


백야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서 늦게까지 돌아다니기도 한다. 트랩과 배를 타고 관광지를 어슬렁 다닌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도착한 핀란드에서는 귀여운 물건들을 잔뜩 산다. 미니어처와 지인에게 줄 수프, 자신이 먹을 빵을 사서 캐리어에 차곡차곡 담는다.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이 핀란드 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핀란드를 돌아다니면서 지쳐 있던 마음을 달랜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의 기운을 디저트와 맛있는 수프와 아름다운 경치로 물리친다. 사고 싶은 물건은 처음에 마음에 드는 물건 위주로 산다. 어른의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은 산다. 망설이지 않고. 부럽다기보다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누군가가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있어서.


본격적인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지만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을 읽으며 대리 행복을 느낀다. 빡빡한 일정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를 느끼는 여행기가 아니다. 동네 산책을 떠난 듯한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여행기. 그나저나 마스다 미리가 잔뜩 산 마리메꼬는 대체 무얼까. 찾아보니 색감이 화려하다. 이걸 사러 핀란드에 가야 한단 말인가. 일단 백신 접종 완료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제주도부터 시작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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