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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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가서 멘탈 무너지지 않으려고 책 읽었다. 안규철의 『사물의 뒷모습』.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창문 열어 놓고 새소리를 배경음 삼아 천천히 읽어 나갔다. 집중력이 꽝이라 한 시간 읽고 밥 먹었다. 밥 먹었으니 누웠다.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데도 체력이 달리는 건 기분 탓인가. 청소, 설거지만 했을 뿐인데 힘이 없다. 자기 전 역시 누워서 『사물의 뒷모습』을 읽었다. 떨린다. 왜 떨릴까. 또 이상한 소리 들을까 봐. 그 이상한 소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까 봐.


그림이 있고 글이 있다. 단순한 책이다. '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은 담담한 내용의 에세이와 잘 어울린다. 그림을 평가하는 능력은 없으니 심심한 그림체가 좋다는 말 밖에는. 글은 시와 산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요즘은 그렇다. 힘이 될만한 글을 찾아 읽으려고 한다. 힘이 되지 않을 글이어도 힘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읽는다. 그렇게 힘을 찾고 있다. 애써 힘을 찾으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책은 소중한 위안이다.


『사물의 뒷모습』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처럼 사물이 가진 이면을 찾아내 들려준다. 조용한 산사에 들어가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림 한 번 보고 생각에 잠겼다가 느리게 글을 읽고 나서 생각에 빠진다.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감정을 곱씹게 된다. 내일은.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진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바보 같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책을 읽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책을 마저 다 읽지는 못했다. 단체 면접이라는 걸 처음 봤다. 그냥 개 망했다는 후기. 차가 없는 뚜벅이는 걸어서 집으로 올라왔다. 와. 높은 우리 집. 땀 좀 식히려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지나가는 일본인 아줌마에게 전화번호 따였다. 무슨 실천 모임이라는데 엉겁결에 주소와 번호를 써주고 말았다. 왜 그랬나. 바보. 거절 좀 하지. 집에 와서 낮잠 자고 일어나 『사물의 뒷모습』을 진짜 다 읽었다.


책 리뷰 쓰는데 전문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고 책 읽은 과정만 나열하고 있다. 멘탈 관리하려고 읽었지만 어김없이 멘탈은 깨졌다. 복구하려고 다시 책 읽고. 역시나 드러누워서. 면접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앞면만을 보는 시간 아닐까. 이력서에는 적히지 않은 그이의 뒷면을 보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적힌 내용이라도 제대로 물어봐 주기를. 그러지 않아서 세계의 뒷모습을 염탐하는 이의 치열한 기록을 읽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봐 주는 건 책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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