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3
곽재식 지음 / 요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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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이었다. 찾아보니 2018년 6월에 읽었다. 그 후 꾸준히 곽재식의 소설을 찾아서 읽고 있다. 리뷰 쓴 걸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은. 재미있고 무섭다. 진짜. 겁이 많고 소심해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을 읽다가 무서워 불을 켰다. 이제 읽으려는 책은 몇 백 편의 단편을 쓴 작가의 창작기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와 『토끼의 아리아』이다. 읽으면서 기다리겠다. 한규동과 이인선 사장의 다음 이야기 사건을.' 이라고 마지막 문단에 썼다.


'가장 무서운'시리즈는 열 권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2년 만에 두 번째 시리즈인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이 나온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정보 융합 미디어 플랫폼 스타트업’이라는 온갖 화려한 용어를 갖다 붙인 회사의 사장 이인선과 유일한 직원 한규동이 다시 뭉쳤다. 거창한 회사 이름과는 다르게 돈이 되는 조사 의뢰가 들어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여전히 이인선 사장은 이상하다. 회사 책상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고 조사하다가 필받으면 혼자 탕수육을 먹으러 간다. 전작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에서 이인선 사장은 한규동을 면접 볼 때 다 식어빠진 탕수육을 먹었더랬다.


면접을 보러 다니는 요즘 사장이 그러고 있으면 합격이라고 해도 안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이니니까) 가긴 갈 건데 찝찝하겠다. 한규동도 그러한 심정이었다. 사장 꼴이 이상하지만 취업 빙하기 아닌가. 일단 들어가 본다는 심정으로 입사했다. 이번에는 '예언 사건'이다. 누워 있는 이인선 사장은 한규동에게 정확한 예언을 하는 예언가가 등장했다고 알려준다. 선문답 같은 대화를 마치고서 예언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의 장르는 추리 소설로 시작했다가 SF 소설로 바뀌고 메타 픽션으로 우회했다가 비리를 밝히는 방식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인선 사장의 전 애인 신문사 기자인 오 차장이 받은 제보를 토대로 예언자의 실체를 찾아간다. 예언자의 예언은 이러했다. '오늘 자정이 되면 세계는 멸망한다.' 삼 인방은 그 말을 믿어야 말아야 할지를 논의한다. 사기꾼이 허무맹랑한 말을 떠든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예언자는 정확히 세 번, 스포츠 경기의 스코어를 맞혔다. 하는 행동은 이상하지만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이인선 사장과 엉뚱한 호기심의 소유자 한규동, 이인선 사장에게 약간 미련을 갖고 있는 듯한 오 차장. 과연 그들은 예언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조사를 하는 건 아니고 예언자의 정체와 망한다면 대체 어떤 형태로 망하는지 궁금해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한 시간마다 장소가 바뀌면서 그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지구 멸망의 원인이 무엇일지 논의한다. 지구가 망하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식의 건전한 결말 따윈 없다. 우리 사는 세계의 배후에는 조종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에서 이곳이 실재라고 믿었지만 게임 속 세상일 지도 모른다는 가설까지 삼 인방은 다양한 해석을 나눈다.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의 특별한 점은 '작가의 말'이 소설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과 똑같은 구성인 '문제편, 풀이편, 해답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점은 '풀이편'과 '해답편' 사이에 '작가의 말'이 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작가의 말' 때문에 '풀이편'의 마지막 장을 다시 한번 읽어야 했다. 결말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진짜 예언가는 존재하는가. 진짜 세계는 망하는가. 소설 안에서 주인공 삼 인방이 자신들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 아닐까 추리하는 부분은 흥미롭기까지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식은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이다. 2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가짜라면 누군가가 짜 놓은 프로그램 안에 들어와 있는 거라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이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프로그래머가 짜 놓은 퀘스트였다면. 현질할 돈이 없어 아이템을 못 사 이대로 게임을 끝내야 하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생각하자. 일단 전원을 끄고 본다. 재부팅. 저장 못 하고 다 날렸지만 아쉬워하지 말자. 다시 시작하는 거야. 스스로 리셋 버튼을 누른 거니까. 이건 생각 못 했겠지. 플레이어가 스스로 종료해버리는 건. 그러니까 규칙이 있다면 규칙을 깰 수도 있어야 한다.


자, 다음 이야기 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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