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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실패해도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원하는 게 있어도 대부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 일이 내게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까지는 숙지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렸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했던가. 열심히 하기까지의 마음을 먹기가 힘들고 막상 열심히 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음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오늘이다.
은소홀의 『5번 레인』은 수영을 향한 끝없는 집념을 가진 아이들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수영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싱그럽다 못해 푸르고 눈이 부시다.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그 아이들이 가진 꿈의 크기 때문에 가슴이 자꾸 설렜다. 한강초 수영부에는 강나루를 비롯한 여러 아이들이 오직 수영이라는 꿈을 위해 모여 있다. 처음엔 좋아해서 하다 보니 실력을 쌓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영을 한다.
주인공 나루는 수영 에이스다. 언니와 함께 시작한 수영은 나루의 전부가 되었다. 좋아하는 수영인데 잘하기까지 한다. 그 애 김초희가 등장하기 전까지. 소설의 시작은 나루와 초희가 대회를 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팔이 길고 신체 조건이 좋은 초희는 나루의 1등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예선 1위로 올라온 초희는 나루를 제치고 우승까지 거머쥔다.
초희의 수영복이 유독 반짝인다는 걸 발견하지만 대회 규정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나루의 반에 태양이가 전학을 오고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에 나루와 친해진다. 『5번 레인』은 특별한 성장 소설이다. 서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성장 구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때문이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잘못을 할 수도 있다.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5번 레인』은 질문한다. 나루가 저지르게 된 잘못을 통해 우리는 어제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삽화 역시 예쁘고 근사하다. 문장을 읽고 상상하게 되는 풍경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열세 살의 우리는 나루처럼 좋아하는 걸 발견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오늘의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면 되는 거니까. 열심히 해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극복하는 건 누구의 의지도 아닌 나루의 말처럼 나의 팔과 다리로 해내야 한다. 나의 의지가 담긴 행동으로. 팔과 다리를 움직여서 어제와 오늘이 아닌 내일로 걸어가야 한다. 확실한 오늘의 나는 불확실한 내일로 가기 위해 존재한다. 미칠 때까지 미쳐 보는 것. 각 레인의 출발선에 선 아이들의 내일을 응원한다. 스타트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출발 신호보다 몸이 먼저 나가도 괜찮아. 우리의 내일은 계속 돌아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