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 왜요?
김청연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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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들어가 보는 구직 사이트에 이런 공고가 올라왔다. 아이들 책 읽기 수업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을 뽑는다는. 토요일 하루 수업이며 반은 두 개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고 토론하고 주제에 맞는 글쓰기 수업을 해주면 된다고. 그 공고를 보는 순간 읽고 있는 책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쓰는 차별의 언어'라는 주제인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가 쓰는 어떤 말은 남에게 상처를 준다. 처음엔 몰랐다고 하더라도 알고 나면 상처의 말은 쓰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일은 늘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에서 알았으니 실천해야지 다짐한다.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준다, 배움이란. 어릴 때는 남에게 쉽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거친 말을 썼다. 바보 같은 행동이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말의 속담 중에 말에 관한 게 왜 많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것처럼 말의 파급력은 크다. 말을 거칠게 한다고 해서 나를 어렵게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만만하게 본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말을 줄이려 한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같은 철없는 어른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차별의 언어가 가진 형태에 대해서 간결한 언어로 알려준다.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문체로 현상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각 제목에는 특정 단어를 비워둔다. 본문을 읽기 전 맥락에 맞게 단어를 유추해보라는 의도이다. 전부 알아맞히지는 못했지만 몇몇에는 단어를 넣을 수 있었다. 부끄러웠다. 단어를 넣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쓰지 말아야 했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은 써 봤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 재치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쓴 적도 있었다. 반성합니다, 과거의 제 자신.


'급식충, 다문화, 틀딱, 짭새, 주인아줌마' 등 우리가 알고도 쓴 말의 문제가 무엇인지 왜 쓰면 안 되는지 이야기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학과 학번을 묻는 것은 실례를 넘어 무례라는 것 또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담긴 말이 왜 쓰이게 됐는지 현상을 알고 나면 씁쓸해진다.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능력이 있어도 배경이 뒷받침돼주지 못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사회에서 말은 우리의 나약함을 파고든다.


그 말은 쓰면 안 돼. 말하면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라고 반문하겠지. 그럴 때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를 건네면 잔소리하는 꼰대가 아닌 과묵하고 현명한 어른처럼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할 바에야 잘 정돈되고 훌륭한 사례가 담긴 책을 주면 읽으면서 깨닫는 바가 클 것이다. 훌륭한 어른을 만나는 것보다 훌륭한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쉽다. 토요일 하루가 아닌 그보다 많은 시간을 만나고 싶다. 가서 책을 읽고 우리의 부끄러움을 이야기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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