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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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금요일입니다. 밤이고요. 왜일까요? 배가 고픕니다. 당연한 거라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오늘은 여섯시 일어나기에 성공했습니다. 다시 잠들까 봐 전기장판을 끄고 책을 읽었습니다. 화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책인데 부지런하지 못한 저는 금요일까지 잡고 있었어요. 오늘은 다 읽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요조의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입니다. 전작 『아무튼, 떡볶이』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떡볶이에 진심인 것 같더라고요.


대체 얼마나 떡볶이를 좋아하길래 떡볶이에 대해 쓸 수 있는 건지, 무언갈 열렬히 좋아하는 자의 열정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겼던 학창 시절이 떠올라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로 같은 시장 골목을 걸어가 먹었던 떡볶이. 고추장의 맛을 빌려 그나마 맛을 내서 해 먹는 떡볶이. 배달 앱을 보지만 이 돈 주고는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시켜 먹지 않는 떡볶이.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어나갔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제주도에서 가서 책방을 새로 연 요조의 일상이 들어 있습니다. 『아무튼, 비건』을 읽고 채식을 시작한 이야기까지. 완전한 채식이 아닌 간헐적 채식을 권하는 글이 좋았습니다.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일상의 습관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세요가 아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해주어서요. (약간 친절해 보이는 청유형의 말투를 좋아합니다. 별 차이 없는 것 같다고요? 전 좀 다르게 느껴지던데.) 사고로 죽은 동생 이야기를 애써 감추지 않기도 해요.


죽음에 대해서. 이겨내거나 극복하라고 하지 않아요. 슬픔이란 옅어지는 게 아닌 우리 인생의 배경이라는 걸 아는 자의 담담함이 엿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글을 쓰며 살게 되었을까요, 요조는. 답을 알 수 있거나 최종 목표를 정할 수 없는 게 글쓰기인데. 글을 쓰지 않아도 잘만 살아갑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어쩌다 성취도를 평가하기에 애매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자로 살아가는지.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예전에는 일을 못한다면 불안하고 막막해서 미치지 않을까 해서 꾹 참고 일을 했습니다. 막상 일을 쉬게 되자 막막함 대신 편안함이 찾아왔습니다. 안도감도 듭니다. 왜 이런 마음이지, 내내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일찍 일어나기. 한 달에 책 10권 이상 읽기.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기.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여기며 도전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 나이 또래의 누군가들의 성공기를 보면서 하지 않아도 될 나 자신과의 비교를 간간이 하기도 합니다만. 결코 실패라는 얄팍한 단어로 지금의 나를 설명하지 않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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