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재의 다양성에 놀란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 일본 소설을 많이 읽곤 했다. 이사카 코타로, 시마다 소지, 유즈키 아사코, 마리 유키코, 하라 료 같은 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을 둘러싼 음험함과 일상에 숨어 있는 광기와 비밀스러움을 파헤치는 소설을 좋아한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된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분명 불합리하고 꺼림칙한 일이었는데.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인간이 가진 어두움을 표현하고 사건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가는 구조를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미즈키 히로미의 소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노동 문제를 다룬 미스터리 구조의 소설이다.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미스터리 구조의 소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미스터리 중심이 아닌 노동 문제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는 슈가 파우더처럼 빵에 살짝 뿌려진 정도.


노동 문제로도 미스터리 소설을 쓸 수 있구나. 과연 세심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일상 밀착형 소설을 좋아한다. 하나 더 얹어서 미스터리가 추가되면 금상첨화. 소설을 읽는 이유는 나마저도 잊고 싶은 기분일 때 일상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팽개쳐둔 채 이야기에 빠진다. 그 안에서 나와 비슷한 인물을 만난다. 바보 같으며 어리석은 행동으로 일관하는 주인공을 응원한다.


노무사라는 직업을 알고는 있었으나 대체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몰랐다. 노무 관련한 문제로 정보를 얻고 싶어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보면서 지금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일을 하는 직업이구나를 알았다. 노무사, 노동 문제, 사회보험이라는 소재로 소설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읽어나갈 책을 정리하던 중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를 발견했다. 아싸.


책 표지에 쓰인 '직장내불화, 출산휴가, 연장근로수당, 재량노동제, 산재, 해고, 악덕고용주, 남일같지않은, 긴장감, 몰입도, UP'이라는 문구를 보는데 왜 내 심장이 나댈까. 소설은 스물여섯의 여성 히나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학교를 졸업했지만 정규직으로 입사하지 못했다. 파견 회사에 등록했고 총무부 일자리를 얻었다. 총무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사회보험, 월급, 세금 계산 등 돈에 관한 일을 맡아 하면서 회의감이 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오해를 받아 계약 연장을 하지 못했다. 히나코는 자신의 손으로 단단한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파견 회사에서 보내오는 메일에 노무사 관련 수업이 있다는 걸 알았고 총무부 일도 해봤으니 자격증을 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일하면서 3년을 준비했다. 시험에 합격해 당당히 노무사가 되었다.


히나코가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 다섯 편이 실렸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로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전개된다.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으려고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 잔업 수당을 줄 수 없는 회사는 거짓으로 퇴근 기록을 남긴다.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좋게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우정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당당히 노무사가 되었지만 히나코는 클라이언트인 회사에 가면 어린 취급을 받는다. 또래 여성이 계획적으로 다가와 자신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히나코는 자신의 직업적 소임을 다하고 일에서 오는 보람을 중시하며 일을 처리해 나간다. 응원합니다. 히나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다감한 성격으로 클라이언트로 모시는 회사의 노무 문제를 해결한다.


히나코가 노무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에피소드 「장식보다, 불빛보다」가 좋았다. 현실의 나에게 삶의 의지를 보내준다. 병아리 노무사에서 성장한 히나코의 다음 이야기도 읽고 싶다. 노동 미스터리 소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노동 지식을 소설 안에 쉽게 풀어내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식도 쌓고. 나약한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응원도 셀프로 할 수 있다. 나 자신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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