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선명하고 바르고 오해받지 않는 글쓰기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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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새벽에 일어나기는 계속된다. 그래봐야 하루 일어났다. 시작이 반이니까. 작심삼일이어도 3일이 6일 되고 6일이 9일 되면서 습관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김은경의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를 펼쳤다. 잠이 오는 듯해 필기를 하면서 읽었다. 문장 쓰기를 고민하면서 읽었다. 시작부터 문법을 설명하면 어쩌지 두려웠다. 능동, 피동, 주동, 사동.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 이게 안 나오는 게 아니지만 이 책은 잘못 쓰인 예문을 보여주고 자상한 글쓰기 교사처럼 무엇이 잘못 된 건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현실에서는 설명했는데 똑같은 걸 물으면 한숨이 나오지만. 책이니까 이해가 안 되면 같은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된다. 사실.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를 읽고 리뷰를 쓰는데. 신나게 자판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되는대로 쓴다. 문어체와 구어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술은 고사하고 어느 것 하나도 성공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 비문이 가득한 글을 써 놓고 종종 성취감에 빠지기까지 한다.


게을러서 고쳐쓰기도 안 한다. 일상에서 자존감은 낮은 편인데 내가 써 놓은 글에서는 묘한 자부심을 느껴 누군가 글에 대한 비판을 할라치면 귀를 막고 안 들리는 척한다. 이만하면 잘 썼다. 고생했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나치게 생략하지 말고 반복은 피하라고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는 말한다. 내 글은 지나치게 많은 생략과 반복을 하고 있는데.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알았으면 고쳐야지.


책을 읽으면서 스물여덟 개의 문장 쓰기 주의 사항을 필기했다. 그중에 아하, 무릎을 탁 쳤던 부분 하나. 100%와 10장, 100퍼센트와 열 장을 쓰는 경우는 어떻게 다른가. 전자는 숫자의 가독성을 높여야 하니 경제 경영서, 자기 계발서, 실용서에 해당하고 후자는 문장의 가독성을 줘야 하니 문학에 쓰면 된단다. 또 하나는 습관적으로 쓰고 있던 번역투의 표현을 알게 되었다. '-데 있어, -에 있어, -에 대해, -에 관해'를 줄이면 문장은 간결해진다.


2021년에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잘 쓰지 않았어라는 자뻑 대신 누가 봐도 비문은 없네, 문장은 괜찮게 쓰네라는 말을 좀 듣고 싶다.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가 본질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것이다.


'쓸데없는 것을 모두 삭제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문장은 글쓰기와 삶에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컴퓨터 공부를 하다 보니 알겠다. 문학의 언어는 얼마나 말랑말랑한가. 상처받은 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문학의 언어. 문학을 읽고 감상을 쓰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 게 두려울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계 용어들로 가득한 문제집을 펼치고 동영상을 듣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내 머리는 얼마나 나쁜지. 방금 설명 들은 부분을 돌아서면 까먹는 바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틈틈이 책을 읽는다. 2021년의 첫 책으로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를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나 지금 잘못하고 있잖아. 그럼 고쳐볼까. 지금 내 글의 첫 문장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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