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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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욕심이 많아서(어찌 책 욕심뿐일까. 모든 것에 있어서 욕심쟁이.) 누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없다고 말한다. 꼼쟁이, 얌체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다. 몇 번 책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왜. 왜. 도대체 왜? 책을 빌려 가서는 돌려주지 않는 건가. 시리즈 물일 경우 1권이 빠져 있다든지. 중간에 권 수가 빠져 있는 걸 도저히 눈 뜨고는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다시는 결코 누구에게도 책을 빌려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정리 강박증이 있다든지. 문학 애호가라든지. 인문학 덕후라든지. 평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겠다.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 에세이 『책 좀 빌려줄래?』에 나오는 한 장면은 즐겁고 웃겼다. 다른 사람 집에 가서 책장을 훑어보는 장면이다.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책장 앞을 서성인다. 취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전자책 리더기가 있는 컷이 유난히 웃겼다.


『책 좀 빌려줄래?』는 책 좀 읽는다는 모든 이에게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확실하게 말한다. 『책 좀 빌려줄래?』를 읽고 다들 재미있다고 유익했다고 할걸. 다음 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워서 한 페이지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을걸. 나만 알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그러니 다들 2020년이 가기 전까지 읽어보시길. (얼마 안 남았군요. 서두르세요.) 세상에는 즐거운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할 일도 많은데.


왜 책을 읽고 계시는지. 화려한 조명 대신 책 읽기 좋은 색온도 조절 조명 아래 앉아 책을 읽고 계시는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넷플릭스를 켜는 대신 책을 읽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모르지 않습니다. 책을 펼친다는 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실의 스위치를 꺼두고 환상의 세계로 나를 밀어 넣는 일이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듯.


책을 아끼고 사랑한다. 책을 읽는다. 읽다 보니 이건 나도 쓰겠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책 좀 빌려줄래?』에서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차이를 단 두 컷으로 비교해 놓았다. 쓰려고 앉아 있는 자는 작가 지망생. 쓰려고 앉아 쓰는 자는 작가. 온갖 글쓰기 책에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구구절절이 늘어놓았지만 이 만화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작가의 하루 편도 보고 있으면 즐겁고 사랑스럽다.


책의 증식을 막기 위해 종이책을 줄이고 전자책으로 책 읽기를 하는 요즘이다. 『책 좀 빌려줄래?』를 전자책으로 읽었다. 찾아보니 올 컬러였다. 종이책으로 보면 화려한 색감과 더불어 책덕후들은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질 듯. 안 봐도 비디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압축해 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책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이 사랑스러운 책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도서관에 가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을 마구 골라 오고 싶다. 다 읽지 못해도 최대 대출 권수인 10권을 빌려 나오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요즘 책을 사랑하는 이가 그리고 쓴 『책 좀 빌려줄래?』를 읽는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생각하는 것이다. 책덕후들은 다들 특이하고 이상하지.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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