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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의 계절
랜스 울러버 지음, 모드 루이스 그림, 박상현 옮김, 밥 브룩스 사진 / 남해의봄날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드는 자신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딕비라는 시골 마을에 사는 모드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그랬었죠. 너무나 힘든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그녀는 가능한 자신의 주변을 단순하고, 조용하고, 평화롭고, 밝게 만들었습니다.
스티븐 아웃하우스의 인터뷰/노바스코샤, 브라이턴, 1997
(모드 루이스, 랜스 울러버, 밥 브룩스 공저, 『모드의 계절』中에서)
『모드의 계절』은 모드 루이스에 관한 또 다른 책이다. 단순하고 밝은 그림에 반해 버렸지만 모드 루이스에 관해 알아갈수록 그녀의 삶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는다. 굽은 손으로 작은 오두막에서 평생 동안 그림을 그렸다. 선천적인 몸의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붓이 있으면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 모드 루이스. 오두막은 큰 캔버스가 되었다. 창가 쪽에 앉아 그녀가 사랑한 마을의 풍경을 기억에 의지에 그렸다. 크리스마스카드에 그림을 그려 생활비에 보탰을 때 모드는 기뻐했다.
책의 순서를 꼽자면 『내 사랑 모드』를 먼저 읽으면 좋겠다. 그래야 모드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드의 계절』은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과 편지, 사계절의 이야기로 꾸민 모드의 그림에 관한 다정한 찬사가 실려 있다. 그림에 관해서는 문외한.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 나는 나대로 모드의 그림에서 받은 인상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겠다. 처음 모드의 그림을 보았을 때 작은 충격에 휩싸였다.
동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눈이 쌓여 있고 집에서는 음식을 하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그 집을 향해 손을 잡은 두 사람이 걸어간다. 도시에서 고향의 집으로 도착한 듯한 모습이다. 꿈에서 본 듯한 아련한 장면. 문을 열면 맛있는 음식이 그 집에 가득할 거 같다. 또 다른 그림은 어떤가. 검은색 고양이가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꽃의 색깔은 계절에 상관없이 다채롭다. 겨울에는 모든 식물이 잎을 떨구고 동면에 들어가는 게 일반 상식이지만 모드의 세계에서 겨울은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밖에 없는 오빠와도 인연이 끊긴 모드는 이모 집에서 살았다. 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먼 길을 걸어 에버릿을 찾아간다. 모드를 처음 만난 에버릿은 당황했을 것 같다. 모드의 신체는 일을 하기엔 버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깊이 알 수는 없으나 둘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다. 모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페인트와 보드를 구해다 주는 에버릿. 모드는 그림을 통해서 현실의 고난을 극복해 나간다.
아니, 이 말은 틀렸다. 모드는 현실이 고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증거는 그녀가 그린 그림이다. 기억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모드는 자신이 살았던 고향 마을과 딕비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밝고 화려한 색깔의 그림은 모드의 내면을 보여준다. 타자의 눈에 비친 모드와 모드가 바라보는 모드의 세계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힘들어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피동의 접사를 사용하며 추측할 뿐이다.
모드의 계절에는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고양이가 뛰어다니고 화려한 장식을 한 소가 들길을 걸어간다. 모드의 그림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사기 위해 오두막 집으로 온다. 모드는 공평하게 한 사람은 하나의 그림만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수줍은 얼굴이지만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모든 것을 단순하게. 이웃 주민의 증언대로 모드는 자신이 가진 삶의 조건을 부정하지 않고 최대한 밝고 긍정적으로 만들어 갔다. 붓 하나를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