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무섭지만 - 코로나 시대 일상의 작가들
오은 외 지음 / 보스토크프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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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시작이다. 무슨 말이냐고? 코로나19, 재난 문자 이야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전화부터 살펴본다. 지역에 확진자가 나왔는지. 전국에 확진자 수는 몇 명인지. 숫자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첫 문장은 잘못되었다. 이제 좀 잠잠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지고 있으니까.


마스크는 생필품이 되어 고정 지출 항목에 당당히 들어갔다. 외출하기 전 마스크를 챙기고 가방에는 몇 개의 여분을 챙겨 다닌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눈을 보지 않고 대화를 했다. 나는 어쩐지 눈을 쳐다보지 못해서. 지금은 눈을 봐야 한다. 눈 이외에는 볼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코, 입, 입 아래 있을 것 같은 여드름 상처, 홍조 띤 볼을 볼 수 없어서 눈을 보며 어색함을 잊으려 한다.


신간 목록 중에 『혼자서는 무섭지만』이 있었다. 부제는 '코로나 시대 일상의 작가들'이었다. 반가웠다. 작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제2의 작업실이라는 카페에는 가지도 못할 텐데. 글을 쓰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비행기 티켓을 들고 여행을 갈 수도 없을 텐데. 취소되었습니다, 환불 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을 텐데 말이다. 현실에서는 만날 일도 없는 그 작가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신간 『혼자서는 무섭지만』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일상이 에세이와 소설의 형식으로 섞여 있었다. 무엇이 진짜 이야기인지 찾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짓. 소설에서도 작가의 일부 아니 전부가 들어 있다. 형식만 바뀔 뿐이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회사원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친구는 손님과 친해지기도 한다.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학원을 쉴 수밖에 없는 나날이 월별로 그려진다.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혼자서는 무섭지만 엄마와 산책을 하는 건 괜찮은 시간. 잘 지내? 잘 지내고 있어. 안부를 묻기 위해 긴 편지를 보낸다. 학교는 기존의 역할을 대신해 대안적 공간으로 변화돼야 함을 피력하고 구글어스로 텅 빈 거리를 보는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보여준다.


에세이, 소설, 사진이 어우러진 『혼자서는 무섭지만』. 다들 조심히, 그러나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거리 두기를 지키되 마음은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일. 무사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으로 안녕을 빌어주는 일. 작가들은 광합성을 하며 양분을 스스로 얻어내는 식물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생산자의 위치에서.


인간의 삶은 결국 혼자로 귀결된다. 고독은 내 안의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그걸 알고서 살아가는 게 코로나 시대의 숙명이 되었다. '용기 내기'는 필수. 코로나가 끝나면,이라는 가정으로 살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희박한 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소중한 이들의 혼자를 응원하며. 거리는 지키되 마음은 열어 놓고. 뜨개질이 서툴면 포기하라고 말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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