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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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청소년일 때는 청소년 소설을 안 읽었다. 청소년 소설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고 있다고 해도 어린애들이나 보는 걸로 생각해 줘도 읽지 않았을 거였다. 잘난 척 심오한 척하고 싶어서 역사 소설, 한국 소설 중에서도 후일담 문학이라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읽었다. 청소년을 지나 중장년층이 되자 청소년 소설을 간간이 읽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다시 읽고는 친구가 그 책을 읽고 울었다고 했는데 그때는 이해가 안 갔던 게 지금은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겠다.


조악한 열쇠가 달린 일기장을 한 장씩 넘겨 보는 기분이다. 청소년 소설을 읽는 지금의 감정이란. 사소한 문제에도 질질 짜고 답답해하는 어린 시절의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막막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그때를 용케 잘도 통과해 왔구나. 맞아 그런 문제가 있었고 해결이 안 돼서 혼자 끙끙 앓다가 덮어 버렸지. 과거는 부끄러운 추억으로 소환된다. 조우리의 『오, 사랑』에는 누구를 미워하지도 나쁘게 대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사랑이가 나온다.


단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랑이 미움의 원인이 된 것이다. 오픈 채팅방 정모에서 솔이를 만나면서 사랑이는 낯선 감정을 느낀다. 한껏 꾸미고 나온 자신과 다르게 자연스러운 옷차림으로 등장한 솔이. 화장실에서 도움을 받고 이름을 주고받으며 사랑이는 솔이와 친해진다. 성격, 외모, 패션, 음악 취향은 다르지만 사랑이는 솔이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같은 학교여서 친해질 기회가 많아진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교에는 사랑이와 솔이가 사귄다는 소문이 돈다.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 않은 세영이가 사랑이에게 솔이가 레즈비언이라고 말한다. 사랑이는 솔이가 레즈비언이라는 것보다 솔이에게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에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오, 사랑』은 모든 사랑에는 미움과 무시의 자리가 들어설 수 없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악의와 혐오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도. 사랑의 감정을 나누기도 전에 차별과 배제를 가르치는 사회라면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는 사라질 것이다. 『오, 사랑』에서 사랑이의 학교 아이들은 사랑이를 괴롭힌다.


사랑이와 솔이의 관계를 인터넷에 전시하고 떠들어 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경악하기 보다 우리 역시 나와 다른 것에는 거리두기의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척 해서는 안 된다. 『오, 사랑』은 늦게 온 소설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청소년 문고 시리즈에 『오, 사랑』이 있었다면 제목에 반해서라도 꼭 읽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년 문학의 세계에 한 발자국 다가갔을 것이고. '사랑'이 들어가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밑줄을 치고 싶을 만큼 사랑이 필요했던 시절이었으니까. 사랑이 가진 다채로운 빛깔을 알게 되어 다양한 시선을 가진 어른이 되었을 텐데.


이제라도. 늦었을 때가 늦었으니까. 늦음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배울 수 있는 건 배우기로 한다. 사랑이 가진 다양하고 충만한 느낌을. 누구에게라도 나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아야 연대할 수 있음을. 『오, 사랑』 속 이야기를 통해 학습한다. 사랑이와 솔이의 씩씩한 내일은 그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건강한 시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때 알지 못한 걸 지금에야 안다. 있는 그대로를 보아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나에게 바란다.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뿐 아니라 청소년을 살아간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장르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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