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초인간 :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 - KBS <북유럽> MC 김중혁 작가 장편소설 내일은 초인간 1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말도 안 되는 상상. 갑자기 키가 커지고 예뻐진다면. 사진 기억력을 가져 모든 책을 한 번 쑥 훑어보기만 해도 외울 수 있다면. 벼락부자가 된다면. 외국어 능통자가 된다면. 같은. 헛웃음이 나는. 그러다 잠에 빠진다. 꿈도 꾼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죽은 사람들을 만나 공포도 느끼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꾼 꿈은 꿈인데 지독히 현실적이었다. 어느 사무실에 출근하러 갔다가 하루 종일 책상 청소만 했다. 먼지를 닦고 잡동사니를 옮기고 간식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 꿈인 걸 알면서도 좋았다. 왜 그런 게 좋은 건지, 대체. 깨고 싶지 않았다. 계속 책상 정리하게 해 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평범하다 못해 무색무취의 인간이다. 자기주장? 없다. 특별한 외모? 그런 게 뭔가요? 머리는 좋은가? 네버, 이해력 완전 제로.


그저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한 정도의 인간. 김중혁의 장편 소설 '내일은 초인간 시리즈' 1권인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을 신나게 읽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설을 쓰고 싶어'다더니. 신이 나. 신이 나. 엣헴 엣헴 신이 나. 되게 되게 우울하고 심란한 요즘. 책이라도 재미있고 발랄하고 재기 넘치고 깊은 이해력 따위 요구하지 않는 걸로 읽어보자 해서 읽었다.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은 그에 부합하는 책이다.


남들 보다 팔이 좀 길고 필요시에는 팔이 늘어난다. 한숨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산다. 도망치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다. 모든 숫자를 기억한다. 온도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정지 시력이 좋다.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초능력 목록이다. 그들을 초인간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만든 모임인 '초인간 클랜' 안에서 말이다.


초클이 아니면 그들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고 업무 전화에 시달리면서 살아간다. 그중에 팔이 긴 공상우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월드 체이스 태그' 대회를 본다. 누군가 도망을 가면 다른 누군가는 쫓는다. 처음 출전한 공상우는 우승 직전까지 간다. 그곳에서 공상우는 도망가기 선수 민시아를 만나고 정지 시력이 뛰어난 유진에 의해 초클 멤버로 제안을 받는다.


초인들은 그들이 가진 특별함을 나눈다. 특별함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상함이었다. 되도록이면 눈에 띄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초클에 합류하면서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교환한다. 동물들을 도태 시키기 위해 자율 주행 트럭을 이용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초인들은 계획을 세운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동물을 구해 내자는, 황당하고 무계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까지 드는.


유니크한 대화. 우울함과 걱정은 넣어둔 채 질주하는 서사. 세상은 이상한 특별함으로 굴러간다는 주제를 말하는 김중혁의 발랄한 어조.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은 달리고 또 달리는 소설이다. 자율 주행 트럭을 멈춰 세우고 동물을 구해낼 수 있을까. 기울어진 세상을 반듯하게 세울 수 있을까. 내가 가진 평범함을 생각한다. 내세울 것 없는 나. 요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 씻고 좀비처럼 일하러 가는 나. 가만있어 봐. 나 겁나 특별한데! 매일 일하잖아! 나도 초클에 껴 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