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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평점 :
도저히 글 쓸 기분이 나지 않아도 헤리엇 마티노는 자리에 앉은 첫 25분 동안 무조건 쓰라고 한다. 억지로라도 글을 쓰면 쓸 수 있다고. 그 말에 의지해 지금 이 글을 쓴다.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을 읽고 알게 된 글쓰기 노하우다. 25분의 기적을 믿으며. 스타트. 요즘의 나는 유튜브에 빠져 있다. 오묘한 알고리즘은 결국 나를 책 읽기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영상 보고 싶은데 책을 읽는 결말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집 안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영상에서 『예술하는 습관』을 발견. 저 책을 읽으면 나도 예술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겠다는 아니고 제목이 근사해서 장바구니에 추가해 두었다. 장바구니에 넣어둔다고 해서 무조건 책을 사는 건 아니고. 스마트폰 중독이라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서점 장바구니에 넣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 온다. 도서관에 가서 청구기호를 보고 책을 찾았을 때의 희열이란.
『예술하는 습관』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메이슨 커리는 그전에 『리추얼』이라는 책에서 예술가들의 시간 관리법을 담았다. 똑같은 24시간인데 누구는 빨래 개는 시간도 없는데 누군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의문에 휩싸이자 조사를 하기 시작. 블로그에 예술가들의 작업 습관을 올렸다. 창작의 열의에 사로잡힌 이들이 열광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은 책으로 나왔다.
『리추얼』을 내고 보니 그 안에 담긴 예술가들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예술에 여성, 남성의 경계가 어디 있겠냐마는 메이슨 커리는 다시 조사 작업에 착수한다. 여성 예술가들이 대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들의 작업 환경이 궁금했다. 『예술하는 습관』을 읽다 보면 가사와 육아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것보다 그 시간을 껴안고 창작 활동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관리했던 예술가들의 많음에 놀란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며 일정 시간 작업을 한다. 때론 포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예술을 위한다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의식주를 간결하게 유지하며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닌 무조건 글을 쓰면서 영감을 찾는다.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 글을 쓰는 버지니아 울프. 글쓰기 감옥에서 글을 쓰는 콜레트. 가족의 보모로 고용되면서 새벽에 글을 써야 했던 제이콥스.
나도 안다. 『예술하는 습관』을 읽는다고 해서 습관을 만들어 예술을 할 수 없음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나. 어른들이. 맨날 드러누워 있기만 하는데. 계획만 짜다 지쳐서 다시 드러누워 있는데.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밥을 해 먹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예술을 위해 무절제와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고 앞으로 나아갔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이번 생은 글렀어. 습관과 훈련이란 말은 내게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야. 할 수도 있지만 『예술하는 습관』에는 시대를 초월해 나만의 방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는 인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응원이 된다. 무엇을 선택해서 방법을 바꾸든 자유다. 전부 따라 할 순 없어도 내가 가진 일상의 리듬에 맞는 방법 한 가지를 얻어 실천하면 대성공.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며 꼭 읽어야지 하는 책들을 장바구니에 추가한 것으로 대만족.
그리고 좋은 날도 나쁜 날도 25분 동안은 무조건 쓰는 일.